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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001470)이 오는 6월 또다시 법정관리 기로에 선다. 지난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두 번째 고비다. 채권단과 약속했던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어 이번에도 법정관리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6월1일 채권단과 체결한 8,700억원 규모의 채무약정(MOU) 만기가 도래한다. 해당 채무는 삼부토건이 보유한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하고 있다. 당초 삼부토건은 약정 기간 내에 르네상스호텔을 매각, 채무를 상환하고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르네상스호텔 매각 작업이 지연되며 이제는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1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06년 동양건설산업과 서울 내곡동 13만2,379㎡ 부지에 고급 단독주택과 빌라를 조성하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헌인마을 프로젝트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장기 표류했고 삼부토건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4,270억원의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법원에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기 직전 삼부토건은 채권은행들과 채무약정을 체결하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삼부토건은 당시 법정관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금융권에 르네상스호텔과 헌인마을 프로젝트 등 자산매각의 구조조정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르네상스호텔은 삼부토건 워크아웃의 핵심이다. 르네상스호텔 매각시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5월 이지스자산운용컨소시엄과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지스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예정된 본계약 체결 시한을 넘겼고 올 초 재협상을 통해 MOU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이지스컨소시엄은 MOU에 따라 7월 말까지 르네상스호텔 매수를 계속 추진할 수 있다.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약정 기간 내에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르네상스호텔은 공매로 넘어간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6월1일 전까지 자산매각과 관련한 확약서 등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과 함께 삼부토건의 워크아웃 지속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무산되면 삼부토건의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된다. 헌인마을 PF 대주단과 약속한 차입금 3,220억원의 만기가 다음달 24일 도래하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프로젝트 매각을 위해 KDB대우증권 컨소시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사업성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해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질적으로 삼부토건의 구조조정 성공 여부를 가를 분수령은 르네상스호텔 매각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호텔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시장에 내놓은 호텔 매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문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COEX(GS건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현대그룹), 르네상스호텔(삼부토건), 콘래드 서울(AIG그룹)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특급호텔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특급호텔 매물이 넘쳐나면서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투자 매력도도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며 "르네상스호텔의 경우 공매 시장에 등장하면 5,000억원대 후반에도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도통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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