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게임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자 게임빌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한가까지 밀린 게임빌 주가는 급기야 3개월만에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게임빌은 장 마감 후 92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고 13일 게임빌 주가는 또 다시 12% 넘게 빠졌다. 유상증자설이 퍼진 이후 게임빌 주가는 이틀 동안 무려 25%나 폭락했다.
11일 이녹스는 장 개장 직후 2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녹스가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은 3년만이다. 유상증자 발표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이녹스 주가는 이날 7% 넘게 상승했다. 유상증자가 주가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유상증자를 발표한 두 상장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유상증자라 하더라도 증자 목적이나 공모 방법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변수를 살피고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한다.
두 상장사의 주가 흐름을 가른 가장 큰 변수는 유상증자 방법이었다. 게임빌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공모방식을 택한 반면 이녹스는 주주배정 이후 남은 실권주만 일반 공모하는 방법을 택했다. 게임빌의 경우 대주주인 송병준 대표 이사 등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할 위험이 있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하락도 불가피하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빌은 전략적 투자자인 제 3자를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것도 아닌데다 기존 주가 대비 15% 할인율을 적용해 일반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 목적도 주가 흐름을 갈랐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연성회로기판(FPCB)업체인 이녹스는 스마트폰 사업 호조에 따라 설비 증설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규사업 성장이 담보된 증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게임빌의 유상증자 목적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급하게 인수해야 하는 대형 매물이 있거나 대규모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금성 자산이 600억원, 부채비율이 10%밖에 안되는 회사가 굳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며 “증자목적이 불분명한 점이 게임빌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상증자 혜택 여부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녹스는 유상증자 이후 보통주 1주당 0.19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도 하겠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으면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겠다는 유인책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유상증자를 발표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거나 하락하는 게 아니다”라며 “일반공모인지 제 3자배정인지 공모방법과 유상증자의 목적,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향후 주가흐름을 예측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