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제조 및 판매 부문을 떼어내 합병한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쇳물부터 열연강판에 이어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 또 기존 14조원대인 매출규모를 합병 이후 20조원대로 늘려 국내 철강시장을 둘러싼 1위 업체 포스코와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3고로 완공 이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완성 차원에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제조ㆍ판매 부문을 통합하는 분할합병을 17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쇳물 생산부터 열연강판ㆍ냉연강판 생산을 아우르는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됐다. 지금은 현대제철이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받아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현대제철은 합병을 통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생산공정을 일원화함으로써 그동안 양사 체제로 운영되면서 발생했던 관리 및 생산ㆍ판매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통합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강판과 관련한 양사의 연구개발(R&D) 활동도 통합, 고장력 자동차강판 등 신강종 조기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병은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현대제철에 큰 이득이다. 현대제철은 연이은 고로 건설로 총 차입금이 11조원대에 이르며 순이자비용만 연간 3,000억원 정도다.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분기마다 1,500억원가량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제철이 수익성이 높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을 품에 안으면 채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합병으로 매출과 손익 증가 등 외형 확대는 물론 운전자금 및 지급이자 절감,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및 순환출자 구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합병 이후 현대차그룹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합병으로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 지분이 현대제철 지분으로 바뀌면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새로 생기게 된다.
현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 주식 12.52%, 현대하이스코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 5.66%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ㆍ현재하이스코 합병회사의 지분과 맞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늘어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증여하기도 한결 쉬워진다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대주주의 현대모비스 지분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방법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합병으로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된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현대제철 등기이사인 정 부회장은 합병으로 쇳물부터 열연ㆍ냉연강판, 자동차 생산까지 완전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정 회장의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현대하이스코의 덩치가 크게 줄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된다. 합병으로 주력인 냉연사업을 떼어낸 현대하이스코는 강관 제조와 자동차 경량화 사업, 현대ㆍ기아차 해외 생산공장에 철강재를 가공 및 유통하는 해외 스틸서비스센터를 주 사업으로 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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