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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경영의 몰락(사설)

자금난에 시달리던 삼미그룹이 19일 경영권을 내놓는 조건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키로했다. 재계랭킹 12위이던 한보의 부도와 26위인 삼미의 법정관리신청은 허약한 기업체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보부도의 여파가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이라 경제에 치명상이 될 전망이다.법원은 삼미가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경제적파장을 고려해 법정관리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재산보전처분을 내리게 되면 채무가 동결돼 일단 빚독촉에서 벗어나게된다.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지기전에는 삼미의 어음이 교환돼야하기 때문에 부도가 속출할 것이 우려되며, 3천여 협력업체들도 엄청난 시련에 직면할 전망이다. 삼미 주주들의 주식 또한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이들 협력업체와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시급해졌다. 아무리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해도 재벌기업의 잇단 몰락은 국민경제에 너무 큰 충격을 주고있다. 정부는 이같은 국민적 불안을 결코 방관해서는 안된다. 삼미의 몰락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경영미숙에다 철강경기침체가 불러온 비극이다. 그 결과가 과도한 은행빚으로 나타났다. 삼미그룹의 5개 계열사중 주력기업인 삼미특수강은 부채 1조3천9백43억원, 자본금 1천6백64억5천만원으로 부채비율이 8백38%나 되었다. (주)삼미도 자본금 7백15억4천만원에 부채가 5천4백4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7백61%였다. 삼미그룹의 총부채는 2조5천9백37억원으로 총자산 2조5천3백78억원보다 많았다. 이중 은행빚만도 작년말 현재 1조9천억원이다. 이처럼 빚이 많다보니 이자지급액이 매출액의 15%를 넘었다. 작년말 삼미그룹은 2천4백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이 2천6백70억원에 이르렀다. 삼미그룹은 자금난을 덜기위해 7천1백94억원을 받고 삼미특수강을 포철에 매각했음에도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미그룹의 부채는 철강경기를 잘못 예측해 지난 89년 캐나다의 아틀라스사와 미국의 알텍사를 인수한뒤 시설투자에 2억2천만달러를 쏟아부으면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삼미의 북미진출은 국내기업의 무분별한 해외투자에 경종을 울렸다. 부실경영은 경영주의 부도덕성에서 일부 연유했다는 지적도 있다. 법정관리에 앞서 전현경영주들의 재산은닉여부도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사는 일은 없어야한다. 삼미의 몰락은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 부채경영에 일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빚이 많은 기업들은 서둘러 군살빼기에 나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않아 한보나 삼미와 같은 운명에 놓인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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