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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기가 막혀

노인·환자 수명에 베팅하는 상품까지…<br>개발땐 4,000억불 시장창출 불구<br>인간 수명 놓고 돈 놀이 논란 일어


월가의 최첨단 금융공학은 어디까지 진화하는가. 또 금융 혁신은 어느 선까지 용납돼야 하는 것인가. 월가의 천재들이 노인과 환자들이 오래 살지, 아니면 일찍 죽을 지에 배팅하는 새로운 파생 상품을 고안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아직까지 상품화하지 않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투자 은행들은 신용평가기관에 신종 금융 상품의 신용등급을 의뢰하는 등 상품화에 박차를 가해 머지 않은 장래에 투자자에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의 투자 은행들이 생명보험 계약을 사들인 뒤 보험증권을 수백 개를 모아 유동화(증권화) 시키는 생명보험 파생상품을 개발 중이라면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극단적 위험투자 성향이 재발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전했다. 월가가 이런 희안한 파생상품을 고안하게 된 것은 부동산 거품기에 떼돈을 벌게 해준 모기지 유동화증권(MBS) 시장이 얼어붙어 새로운 수익원 개발이 절실하기 때문. MBS시장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1조3,000억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7000억 달러 이하로 뚝 떨어졌다. 투자은행으로서는 MBS 중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고, 트레이딩을 통해 매각 차익을 챙길 거대한 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은 생명보험 계약자 가운데 급전이 필요한 환자나 노인으로부터 만기 이전의 보험계약을 일정 금액으로 사들이는데, 인수 금액은 계약자의 잔여수명에 따라 달라지만 대략 사망 시 1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이라면 40만 달러를 지불한다. 은행은 이를 증권화 시켜 연기금 등 투자자에게 매각함으로써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반면 이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보험 계약자가 오래 살면 살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투자자들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 계약자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은행이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의 승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이를 사들인 투자자 역시 기초자산(보험증권) 상의 계약자 예상 수명을 예측하는 것은 필수다. 이에 따라 은행은 보험 계약자의 질병 유형별로 기초자산(보험증권)을 적절히 섞는 포토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신종 치료 약이 개발될 경우 당초 예상했던 수명보다 더 오래 산다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아예 보험계약자가 기대수명만큼 살지 여부를 투자자가 배팅할 수 있는 인덱스까지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생명보험 시장이 26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상품이 개발되면 4,000억 달러의 새로운 ABS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가 탐욕에 사로잡혀 복잡한 금융상품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거의 관행으로 복귀하는데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도 인간의 수명을 놓고 돈 놀이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까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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