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은 자기의 승리를 굳게 믿고 있었다. 백2로 연결을 도모하고 백8로 그것을 재확인한 수순에서 그의 확신이 여실히 보인다. 사실 그 수순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백이 유리했다. 백12가 운명의 한 수였다. 이 수는 흑대마의 안위를 위협하며 왼쪽 백이 보완하는 즐거운 수였지만 그곳보다 더 급한 곳이 있었다. 참고도1의 백1로 18급짜리 하수처럼 정직하게 이을 자리였다. 흑2면 백3 이하 9로 간명하게 백승이 굳어지는 바둑이었던 것이다. 흑이 13으로 넘어가자 그 방면의 흑진에 제법 집이 많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백이 미세하지만 남는 바둑이었다. “1집 반 정도 백이 남지요?”(루이 9단) “최소한 반집은 이길 것 같아요.”(안달훈 6단) 상변의 흑집이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조한승은 반상최대의 역끝내기라고 생각하고 백16을 서둘렀는데 이 수가 지극히 위험한 수였으니…. “그쪽이 큰가요?”(안달훈) “좌변이 더 크지 않을까?”(루이) “역끝내기라서 기분이 좋다 이거겠지요.”(안달훈) “그래도….”(루이) 그래도 역시 좌변을 참고도2의 백1로 전개하는 것이 현명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흑2면 군말없이 3으로 받아주어도 백이 최소한 반집은 남는 바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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