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는 형세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는 표독한 수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흑17로 물러선 수에서 그의 느긋한 심사가 나타난다. 그러나 흑17은 완착이었다. 참고도1의 흑1 이하 9로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코스가 가장 쉽고 확실했다. 백이 10으로 보강할 때 아래쪽 백대마를 한 수 더 들여 잡아 버렸더라면 여유있는 흑승이었다. 참고도1의 백8로 참고도2의 백1에 버티면 어떻게 될까. 흑2 이하 14로 역시 무식하게 몰아붙일 때 응수가 끊겨 버린다. 실전 역시 흑21에서 25로 아래쪽 백대마가 잡혔지만 그 사이에 백도 실리를 최대한 확보했으므로 계가바둑의 양상이다. 그러나 해설실의 고수들은 승부의 끝을 이미 내다보고 있었다. 흑이 1집반 정도는 아무래도 이긴다는 것. 구리는 끝내기에서 또 1집의 손해를 보아 최종 결과는 흑의 반집 승리로 기록되었다. 2003년에는 송태곤이 2대0으로 구리에게 꺾였고 2004년에는 최철한이 2대1로 역시 구리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에도 최철한은 2대1로 구리에게 패했다. 그것도 연거푸 반집패를 당해 버렸다. 149수이하줄임 흑반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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