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노사는 지난 3월부터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논의한 결과 최근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대형 증권사들 중 마지막으로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고 퇴직연금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지난 2005년, 우리투자증권은 2009년, 한국투자증권은 2006년, 현대증권은 2012년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로 전환했다.
대우증권 고위관계자는 “노사가 증권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 효율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영진이 먼저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하면서 노조와도 공감대가 형성돼 퇴직금 누진제를 전격 폐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증권 임원들은 올해 초 퇴직금 누진제를 자진 폐지했다. 김기범 사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 때 자신에게 적용됐던 누진제를 폐지키로 했다. 직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기에 앞서 경영진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먼저 퇴직금 누진제를 내려 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발동했다”며 “오는 4일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노조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만큼 경영진도 퇴직금 누진제 폐지가 구조조정을 대체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2000년 초반 마지막으로 중간정산을 진행했기 때문에 퇴직금 누진 적용 대상자가 급증한 상태다. 퇴직금 누진제로 인해 연간 쌓는 충당금만 300억원에 달할 정도다.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면 보상금 지급에 따른 일시적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퇴직금제 전환으로 과장급 10년 차의 경우 4,600만원(세금 포함) 가량의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한 관계자는 “추가 납입금액에도 퇴직소득세가 적용되는 확정기여형(DC) 방식의 퇴직연금을 도입키로 했다”며 “이번 합의 과정을 통해 노사신뢰가 강화되고 인력 구조조정 이상의 비용절감을 협력한 만큼 고용안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