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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가격을 정한다/인터넷·PC통신서 동호회원 규합
입력1997-07-24 00:00:00
수정
1997.07.24 00:00:00
이균성 기자
◎필요품목 정하고 제조사와 협의/중간유통 배제 ‘가격혁명’ 이끌어「소비자가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소비자들이 통신망을 통해 대규모 소비자집단을 구성하고 여러 제조업체에 구입 희망가격을 제시한 뒤 물품을 공동구매하는 「가격혁명」이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23일 업계 및 소비자집단에 따르면 2만5천여명의 인터넷 회원을 갖고 있는 골드뱅크(대표 김진호)와 10만여명으로 구성된 PC통신 유니텔동호회연합(유동연)은 최근 12만5천여명의 소비자집단을 구성하고 제품 공동 구매에 나섰다.
이들은 56Kbps 모뎀 2천여개를 개당 8∼9만원(현재 소비자가격 18만원선)에 공동구매하는 계약을 26일께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이 거래는 제조업체로서도 전혀 손해볼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중간 유통단계를 완전 배제한 채 소비자가 직접 제조사를 만나 가격을 제시하고 제조업체로부터 소비자가격의 절반밖에 안되는 판매 가능가격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가히「가격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 구도하에서 제조사나 유통회사가 벌였던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파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동연의 이동훈(33.s1arshi) 백승협(25.s1innet) 공동대변인은 『네티즌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보급한다는 취지로 인터넷 업체인 골드뱅크와 함께 공동구매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동연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우선 56Kbps 모뎀을 구매키로 결정하고 회원들에게 판매가격이 10만원 이하일 경우 구매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물었다. 회원 가운데 2천여명이 구매할 뜻을 보였다.
골드뱅크는 2천여명의 구매 희망자 명부를 들고 삼보컴퓨터, 모뎀 전문업체인 PC라운드, 미국 US로보틱스의 국내 총판인 서통시스템즈 등 3개사를 찾아가 가격을 제시했다. 이중 PC라운드가 가장 긍정적이었다. 모뎀의 핵심부품인 칩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8∼9만원선에 맞출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보컴퓨터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유동연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26일께 열리는 회의에서 모뎀을 구입키로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대변인은 『수십만명이 언제라도 의견을 모으고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게 해주는 통신망 덕분에 소비자와 제조업체에 이같은 혜택이 돌아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타통신망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이 사업은 절대 수익사업이 아니라 2백만 네티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공익사업이다』고 강조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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