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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블루오션] <4> 인프라를 세워라

음원등 '유통 표준' 부터 만들어야<br>정부 부처간 밥그릇싸움에 표준화 표류<br>포털-CP 수직계열화도 활성화 걸림돌<br>작년 수출액 5억弗그쳐…'IT강국' 명성 안어울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동전화 가입자는 3,700만명에 달하고 인터넷 사용자수는 3,500만명에 이른다. 3가구 가운데 2가구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들어오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자랑하지만 그 내용은 빈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멋진 그릇은 많지만 그릇에 담을 음식(콘텐츠)은 풍성하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2,4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시장은 약 80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3%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수출금액이 5억달러를 넘어서며 4년 사이에 10배나 늘어났지만 세계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훌륭한 수출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려면 먼저 국내시장에서 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통 문제다. 유통 분야에서 통신서비스업체나 포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탓에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프로그램 등 유통 기술의 표준화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합리적인 유통 구조 정립해야=90년대까지만 해도 비디오 시장 규모는 연간 8,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000억원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0억원에 그쳤다. 반면 불법 콘텐츠 유통 수단을 제공하는 웹하드나 P2P 사이트들의 매출은 300억원대로 늘었다. 상당수 사용자들은 웹하드 업체 등에 돈을 내고 콘텐츠를 내려 받았는데 “왜 불법이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이미 자신이 적절한 콘텐츠 사용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소비자들로서는 좋은 콘텐츠를 적정 가격에 편리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재우 SK커뮤니케이션즈 콘텐츠사업팀장은 “좋은 콘텐츠를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이를 저작권자와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콘텐츠 산업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의 음원 서비스가 성공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런 유통 구조 때문이다. 불법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음반산업은 한 때 붕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SK텔레콤의 ‘멜론’, KTF의 ‘도시락’, LG텔레콤의 ‘뮤직온’ 등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수직계열화도 적잖은 걸림돌이다. 현재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모든 콘텐츠의 공급권을 갖고 있다. 콘텐츠업체(CP)들은 이통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통사가 휴대폰 메인 화면에 어떤 콘텐츠를 올리느냐에 따라 콘텐츠업체들의 성패가 갈린다. 이런 현상은 포털도 마찬가지다. 포털업체들이 모든 콘텐츠를 좌지우지하려는 ‘토털(total)’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콘텐츠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표준이 없는 콘텐츠 산업=콘텐츠 사업 및 지적재산권 관리의 표준화도 시급한 과제다. 표준이 없으면 원활한 콘텐츠 공급 및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유료화를 선언한 소리바다가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음원서비스에 대한 표준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음원업계가 이동통신사들을 대상으로 폐쇄적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DRM 국가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을 기울이면 표준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전자책(e북)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전자책 업계는 지난 2000년에는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와 한국전자출판협회(KEPA) 등으로 나뉘어져 표준 정립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EBK와 KEPA가 통합되면서 표준화를 통해 전자책 시장 규모를 쑥쑥 키워나가고 있다. 표준 문제에 관한 한 정부의 대응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기치아래 독자적인 디지털 콘텐츠 식별체계를 만들고 있다.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의 영역다툼에 밀려 표준 정립 작업이 표류하는 셈이다. 김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려면 수직 계열화된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하루 속히 표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국제적인 콘텐츠 유통 표준화 노력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콘텐츠가 국내용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로 거듭나려면 해외에서도 보다 쉽게 유통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위진 문광부 콘텐츠진흥과장은 “나라마다 콘텐츠 범주 및 분류 체계, 심의기준 등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공동 분류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구영차장(팀장)·정승량·한영일·권경희·최광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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