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미국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예비 판정 중 2건에 대해 추가로 재심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ITC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예비 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판정 결과를 내놨지만 삼성전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이 중 2건에 대해 재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머지 2건에 대해서도 재심사 결정이 나오면서 ITC는 애플이 제기한 특허소송에 대해 전면 재심사에 돌입하게 됐다.
ITC는 이번 소송에 대한 재심사를 실시한 뒤 오는 8월 1일 최종 판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판결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삼성전자의 재심사 요청이 잇따라 받아들여졌고 최근 미국 특허청에서 애플 특허에 대한 무효 판정이 나온 만큼 최종 판정에서 예비 판정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TC는 이날 재심사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질문 10개에 대한 답변서와 특허침해가 공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서도 함께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ITC가 최종 판정에서 예비 판정을 그대로 인정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결정하면 최악의 경우 삼성 제품의 미국 수출이 금지될 수 있다. ITC는 특허침해 판정이 나오면 미국 대통령에게 해당 제품의 수입 금지를 요구할 수 있고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수입 금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더라도 대상 제품이 '갤럭시S2', '갤럭시넥서스' 등 이미 단종됐거나 단종을 앞두고 있는 제품이어서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ITC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에 대한 재심사에 돌입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침해 최종판정에 쏠리고 있다. ITC는 앞서 내놓은 예비판정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한 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최종판정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양사의 소송을 둘러싼 분위기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ITC와 애플 사이에 부는 이상 기류다. ITC는 지난 3월 애플 제품이 특허침해 판정을 받아 수입이 금지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답변하라는 질문지를 애플에게 보냈다. 최종 판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업체에 판정 결과에 대한 대응 방안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ITC의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24일에는 미국 의회가 애플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한을 ITC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C의 재심사 결정을 일단 환영하며 최종 결정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인정해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권리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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