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ㆍ풍력업체 등 ‘그린주’들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녹색에너지의 최대시장인 유럽이 휘청거리면서 산업 성장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각국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산업보조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데다가 중국 등 신시장으로의 이동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들 업종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5일 주식시장에서는 OCI가 5.91%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한화케미칼(-2.02%), 오성엘에스티(-3.48%), SKC(-4.48%), 에스폴리텍(-0.25%), SKC 솔믹스(-0.17%), 웅진에너지(-1.63%) 등 상당수 태양광 관련주식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지수 하락률을 밑돌았다. 태양광 관련 업체들이 약세를 보인 것은 지난 24일 공개한 OCI의 3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OCI는 이날 공시를 통해 3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분기보다 7.4%, 30.3% 감소한 1조838억원, 2,527억원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도 1,718억원에 그쳐 전분기보다 42.0%나 줄었다. 그동안 태양광업체의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심각했던 셈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OCI의 이번 실적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유럽ㆍ미국정부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으나 더 이상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시적인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시장으로 각광 받는 일본ㆍ중국 등으로 성장축이 이동하는 시간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실적악화가 개별기업이 아닌 산업 전반의 문제인 만큼 OCI 외 다른 태양광 관련주들도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또 다른 태양광주인 SKC의 3ㆍ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ㆍ4분기보다 각각 43.92%, 37.03%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산업은 각국의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산업이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적어도 내년 7월까지는 시장전망이 매우 어둡다”며 “태양광 관련 제품의 가격 하락이 추세적으로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수요처인 유럽이 재정리스크로 최근 위축된 데다가 그동안 설비를 과도하게 확대해 산업전반의 수급마저 악화됐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업황 둔화가 불가피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업체들이 다수 퇴출되는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영향을 받은 녹색산업은 태양광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 차례 타격을 받았던 풍력업체들은 이번 유럽 재정위기로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이날까지 풍력단조업체인 현진소재가 38.38% 하락한 것을 비롯해 태웅(35.00%), 유니슨(30.13%), 동국S&C(32.63%), 평산(26.86%) 등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46%, 코스닥지수가 8.09% 하락한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형편없었던 셈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시장이자 보조금 지원의 중추가 됐던 유럽 쪽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산업도 맥을 못추고 있다”며 “내년에도 태양광ㆍ풍력 모두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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