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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외교의 과제
입력1999-01-17 00:00:00
수정
1999.01.17 00:00:00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개방이 실질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세계경제와 국내경제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브라질의 미나스제라이스라는 주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빌린 6,700만 달러의 부채를 상환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국내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지구촌 경제의 도래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외부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가속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외교가 담당해야 할 몫은 외부충격을 최소화하는 국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외교는 수동적·소극적 대응과 능동적·적극적 참여로 구분할 수 있다. 수동적 대응은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점을 제약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국제 경제질서의 이점(利點)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은 최대한 회피하거나 지연시켜나가는 것이다. 이에 비해 능동적 대응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최대한 활용해 단독으로 혹은 우방국들과 연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제경제질서 자체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의 혜택을 누리고 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더이상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해서 개방을 뒤로 늦출 수 없다. 여기에 더해서 올해 4월부터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되고 대일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에 우리는 해외부문의 변화에 전방위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국제경제질서를 선진국에만 맡기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으며 국제경제질서를 외생변수가 아닌 내생변수로 간주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소국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외교능력이 반드시 국력과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경제외교에서는 왜소하기 그지없다. 반면 호주나 뉴질랜드는 경제력은 왜소하지만 APEC 등에서 괄목할 만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국이 국제무대에서 행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국제경제의 큰 흐름에 부합되게끔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돌파구로서 보호무역과 자본통제 대신 자유무역과 자본자유화를 선택한 것은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다.
그런데 우리의 과감한 개방정책에 대해 일부 개도국들은 우리가 줏대도 없이 선진국을 거든다고 섭섭해하고 적지 않은 국내인사들은 우리가 선진국들과 겨룰 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무분별하게 문을 열고 있다고 비난한다. 개방확대를 추구하는 경제외교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인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개도국에 대해서는 그들이 개방의 충격을 염려하는 입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의 개방은 우리 자신의 필요성과 이익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설득시켜야 하고 개방에 회의적인 국내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들 자신이 소국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패쇄적인 사고야말로 아직도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한 근본원인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중진국이라는 경제발전 단계와 세계열강이 교차하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십분 활용, 국제사회에서 중간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다자간투자협정, 아시아통화기금 창설, 단기자본 규제, 동북아경제협력체 등은 21세기 세계경제의 안정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만 국가간의 이해대립과 상호불신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고 우수한 외교인력을 확보하며 우리에게 동조하는 국가들과 제휴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학자들간에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시아통화기구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지적인 논의가 거의 전무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북아 자유무역 협정문제에 대해서도 우선 한·중·일 학자간의 연구협력을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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