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에서도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세계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모터 및 감속기 제조업체인 에스피지 역시 그런 기업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쓰이는 얼음분쇄용 모터의 90%가 바로 에스피지 제품이다. 에스피지는 또 90년대까지 일본 제품이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하던 표준 감속기 모터의 절반 이상을 국산으로 대체했다. 이준호(사진ㆍ48) 에스피지 대표는 “생산시설 자동화에 쓰이는 소형표준모터의 경우 에스피지 제품이 일본산과 함께 특A급으로 평가 받는다”면서 “이 분야에서 만큼은 중국과 기술격차가 4~5년 정도로 ‘샌드위치’ 신세가 아니다”고 말한다. 지난 91년 5,000만원의 자본금과 30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작은 기업이 지난 17년간 이룬 성과는 예사롭지 않다. 이 대표는 차근차근 성장의 비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음분쇄용 모터시장 90% 장악 -에스피지가 17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입니까. ▦기술력이죠. 기어는 이미 500년된 제품이라 특허도 없습니다. 누가 더 정밀하게 만드느냐의 문제죠. 소재, 기계, 기술력 등이 종합적으로 좋아야 합니다. 중국이 쉽게 못 쫓아오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제품 생산현장에서 ‘셀 라인’을 쓰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대량생산방식은 익숙해도 이런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에는 익숙치 않아요. 일본도 일반모터회사는 다 중국으로 나갔지만 기술이 필요한 감속기 공장은 일본에 남아있습니다 -얼음 분쇄모터 시장을 90% 장악하는 것은 반드시 기술력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죠. 잘 만드는 것 만큼 잘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 98년 계열회사인 성신이 외환위기로 휘청댔습니다.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부사장으로 입사했죠. 전 세계를 다니면서 영업을 했습니다. 월풀, GE 등 바이어들을 만나 영업을 했고, 그렇게 7~8년이 지나 현재 얼음분쇄모터시장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발로뛰는‘세일즈 경영’이 성공 일궈 -요즘도 해외영업을 직접 하고 있습니까. ▦해외영업은 아직 제 담당입니다. 대신 요즘에는 미국과 중국에 지사가 있어 현지 지사장들도 많이 수고를 하시지만 아직 1년에 5개월 정도는 해외에서 보내고 있어요. - 올해 매출은 어느 정도 예상하십니까. ▦작년에 62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원래 777억원을 계획했었는데 현재는 800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매출 목표가 올라간 이유는요. ▦개발과 계약이 진행되다 보니 올라가게 됐어요. 냉장고에 들어가는 BLDC모터라고 있습니다. 저희가 최근 마쓰시타보다 10%정도 효율이 앞서는 고효율 모터를 개발했어요. 이 제품으로 중국 하이얼사에 100만대의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하이얼은 연간 1,800만대의 냉장고를 생산하는데, 앞으로 공급이 200만 대 이상으로 늘어 날 것 같아요. 현재 GE와도 협상중입니다. 또 얼마 전 로봇 관절 등에 쓰이는 유성감속기 개발도 마치고 10월부터 국내 300억원 시장의 대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봇관절 사용 감속기 개발도 마쳐 -최근 고효율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전력의 3분의 2를 모터가 쓰고 있습니다. 모터 효율만 제대로 높여도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안 지어도 될 정도로 전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2010년부터 1마력 이상 모터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82.5% 이상제품만 판매가 가능해 집니다. 에스피지는 이미 그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현재 일본이나 독일 등 수입모터 들은 효율이 74%정도죠.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고효율 모터로 세계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처우가 좋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회사의 성장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매해 연말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어요. 지난해 200%를 지급했는데, 올해는 직원들이 기대하는 분위기죠.
베트남 공장 내년 완공 에스피지는 지난 91년 창업한 200W미만의 소형모터 및 감속기 전문 제조업체다. 감속기란 모터의 회전부에 부착해 모터의 속도를 조절하고 힘을 늘려주는 장치를 말한다. 남동공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국 수저우에 현지법인을, 미국과 중국, 핀란드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베트남 호치민에 3만3,000㎡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다. 성신과 에스피지 비나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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