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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권 쟁탈전(사설)
입력1997-05-20 00:00:00
수정
1997.05.20 00:00:00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해묵은 금융감독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급한 금융개혁작업이 엉뚱한 소모전에 휘말려 핵심에서 벗어난 채 지지부진해질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금융개혁위원회가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에 맡기고 은행·증권·보험을 총괄 감독할 금융감독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내놓자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보험·증권감독원도 한 몫 거들고 있다.
금융개혁은 더 설명할 필요없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금개위에 맡겨진 과제는 중앙은행 독립, 감독체제 개편, 은행소유구조 개편 등이 핵심이다. 그런데 유별나게 감독기능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금개위의 개편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에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의지는 살 만하다. 그러나 감독업무를 총리실에 맡기는 것은 총리실의 기능을 비대화시키고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정책은 상황변화에 따라 수시로 조정이 필요한데 정책과 감독기능이 여러곳으로 갈려 시의적절하게 조절할수 어렵고 실기하기 쉽다.
그렇다고 서로 목소리만 키우면 금융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더욱이 반발의 명분 뒤에 숨겨져 있는 속셈이 기득권을 내주지 않으려는데 있어 꼴사납게 비친다.
금개위안대로 금융 감독기능이 총리실 산하로 옮겨가게 되면 재경원에는 정책수립 기능만 남게 되어 기존의 금융관련 조직은 이양 또는 해체가 불가피해진다.
곧 조직개편이 뒤따르게 되어 권한 축소와 밥그릇의 상실이나 다름없다.
한은 또한 독립성은 얻으나 감독기능의 대부분을 넘겨주게 되어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금개위의 개편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또 어차피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안의 핵심은 놔두고 밥그릇 싸움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금융개혁의 목표는 낙후된 금융산업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개방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게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금융감독기능이 어느쪽으로 가느냐, 한은이 독립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개혁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거나 본말이 뒤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있다. 한보사건에서 보듯 금융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산업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여기에 이기를 버리고 협력해야 한다.
지난 89년과 92년 지금과 비슷한 밥그릇싸움을 경험했다. 그러는 사이에 금융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낙후된 산업으로 처져 있고 또 경쟁력 강화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이같은 뼈아픈 전철을 밟고도 또 기회를 놓쳐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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