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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벌 개혁못하면 위기 또 온다

朴光泰(국회의원, 국민회의 경제대책위원장)최근 한국경제의 경기지표가 회복징후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지표의 호전은 일부산업의 주도와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 호조인 점을 감안할 때 거품의 요인이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전경련의 보고서에 따르면 1, 2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4.8%와 4.0%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8.4%, -1.5%로 떨어지고 자동차까지 제외하면 6.5%,-2.4%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이 체감하는 체감지수도 외형상의 지표 호전과는 달리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외형상의 경기지표에 현혹되지 말고 중단없는 구조조정을 수행할 때만 경제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5대 재벌들은 이러한 외형상의 지표 호전과 한자리수로 낮아진 금리를 빌미로 어떻게 해서든지 구조조정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IMF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차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5대그룹도 워크아웃 대상』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이제 한국의 재벌구조조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5대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5대그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IMF이후 5대그룹의 구조조정 행태를 한번 살펴보자. 98년중 5대그룹의 상장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성과를 살펴보면 5대그룹들은 외형상으로 97년 말 대비 부채비율을 140%포인트(442%에서 302%로) 줄였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5대그룹의 부채비율 축소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분을 제외할 경우 5대그룹들의 부채비율은 97년말과 별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가 많았던 현대와 대우그룹의 경우에는 오히려 97년 말의 부채비율보다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98년중 5대그룹들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는 요란할 정도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실망스러운 결과가 초래된 것은 5대그룹들이 실질적으로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정책에 별반 관심이 없었음을 시사해준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축소에 자산재평가 등의 회계상의 조작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현대, 대우 등의 일부 5대재벌 그룹들은 금년말까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부채비율 200% 축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5대재벌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왜 그리 중요한가. 그것은 한국경제에서 5대그룹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5대그룹의 구조조정 진척이 없이는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97년 말 현재 5대그룹의 상장회사수는 59개로 증시전체의 10%에 불과한데 총부채와 차입금 규모는 전체 상장기업의 42.6%, 43.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8년 8월말 현재 한국경제에서 5대그룹의 총차입금 규모는 163조로 전체 차입금 530조원의 31%에 달하고 있는데서 5대그룹의 부채축소 없이는 한국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5대그룹들이 구조조정 추진에 미온적인 태도가 지속될 경우, IMF이후 한국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회의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 정부 역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경제는 재차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부실구조가 극복되기 위해선 상당한 정도의 외국자본 유입이 필요하다. 97년말 현재 외국인 직접투자의 GDP비중은1.3% 수준으로 아시아권에서 경쟁국가인 인도네시아(8.5%), 말레이시아(13.2%), 필리핀(7.3%) 등보다 훨씬 뒤져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직·간접 투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IMF이후 간신히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한 시각이 하루빨리 제거되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5대재벌 그룹들의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최근 무디스 등 일부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비판과 제일은행의 해외매각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한국경제의 일단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잇단 초대형 M&A로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은 우리경제의 회복조짐에 따라 앞으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M&A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건이 호전되고 있으므로 우리 재벌들은 이를 구조조정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기업의 원활한 M&A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M&A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하며 기업의 소유와 경영분리 촉진 등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한편 기업경영과 투명성을 높이고 M&A 중개기관을 육성하는 등 여러 여건을 조성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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