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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현지 저가제품 공세도 벅찬데… 소비위축 겹칠땐 실적 직격탄

■ 中 증시 급락에 초조한 한국기업들

스마트폰 점유율 갈수록 떨어져… 프로모션 확대·출혈경쟁 불가피

세계 최대 車시장 성장세도 꺾여… 현대·기아차 판매량 부진 못면해

물동량 감소로 조선·해운 악영향… 화장품·식품·정유도 타격 클 듯


"예전 같으면 식당에서 비싼 고기 요리를 주문했을 사람들이 요즘엔 채소만 먹는다고 농담조로 얘기합니다. 그만큼 중국 주식투자자들의 소비 위축이 가시화됐다는 거죠."

한 중국 컨설턴트가 전한 최근 현지 분위기다. 중국 증시 급락이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들은 9일 "우리 전자 업계가 중국에서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 엔저 현상과 중국 중저가 제품과의 경쟁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내수 침체까지 더해진다면 매출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20%를 넘는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악재가 추가되는 셈이다.

지난해 2·4분기까지 현지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에 샤오미와 애플·화웨이 등에 밀려 4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TV 부문 역시 글로벌 전체로는 9년 연속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을 만큼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에 밀린 상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증시의 하락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증시 급락이 실물 경기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대규모 프로모션과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점유율을 사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도 중국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건설업이 침체하고 자동차 수요가 떨어지면 철강 수요도 줄고 중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재가 한국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급과잉이 심해지면 가격이 떨어진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40%가량을 중국 등 수입산이 차지하면서 국내 업계 생존이 어려운 상태"라며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 내 소비감소분을 싼값에 해외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대수는 총 143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감소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최근 2년 새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위기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5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5.9% 판매량이 줄어든 현대·기아차는 지난달에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상황이 갈수록 나빠져 중국 증시 폭락으로 인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동량과 밀접한 조선·해운 업계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을 거점으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동서항로는 전체 해운 물동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에 집결한 원자재가 최종 제품으로 생산돼 다른 국가로 운송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중국 내 소비도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 시장이 침체하면 세계 물동량이 줄어 가뜩이나 운임하락으로 고전하는 해운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화장품·식품 업계도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급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수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면 우리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도 중국의 증시 추락이 장기화하면 석유제품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그리스 사태로 유럽발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중국에서도 증시 폭락으로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며 "제품가격이 떨어지고 원유 수요도 줄 수 있어 정제마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증시 폭락이 일부 업종에서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경우 "전반적인 선박 발주가 줄어들 우려가 있지만 중국 조선업계의 부진은 국내 중소형 조선사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중국조선소와 한국 중소형 조선사는 주로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을 두고 경쟁하는데 벌크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한국 벌크선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는 "벌크선을 빨리, 많이 선박을 확보해야 할 때는 저렴한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지만 요즘처럼 시황이 안 좋을 때는 한 척을 발주해도 돈을 더 주고 효율적인 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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