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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계법인.감독기관 신뢰성 추락
입력1998-10-20 19:30:00
수정
2002.10.22 07:54:38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사(LTCM)의 파산 위기를 계기로 세계적인 회계법인과 미국의 금융감독당국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기업의 회계부실과 금융당국의 감독소홀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여온 미국이 되레 자신들의 허물을 보지못했다는 조소섞인 지적에 당혹해하고 있다. 회계법인들도 지명도를 높이는데만 급급, 엉터리 감사소견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신뢰성 문제는 내부에서도 집중 제기되고 있다. 미 증권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인 아서 래빗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은 19일 하버드대에서 열린 「사회안정포럼」에 참석, 『LTCM의 파산위기는 금융감독기관들이 헤지 펀드에게 제공되어서는 안될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보지 못한 「감독의 실패」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헤지 펀드 투자에 대해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 시인한 것이다.
또 채권자들이 총 46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LTCM에 융자토록 주선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결정 역시 투명성을 의심받는 대목이다.
세계은행의 조지프 슈티글리츠 부총재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실(情實)자본주의와 높은 부채 수준이 LTCM에도 적용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LTCM의 한 임원이 연방준비은행 부총채 출신임을 상기시키면서 『자본금이 고작 30억~50억달러인 LTCM이 국제자본시장에서 무려 1조~1조5,000억달러나 투자했는데도 미국과 스위스 은행들이 거리낌없이 신용을 제공했다』며 『이는 정실 자본주의가 작용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업이나 은행, 투자기관들의 투명성문제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비지니스 위크지에 따르면 미 기업의 회계 담당자중 절반이 최고경영자로부터 회계조작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나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순익을 부풀리거나 세금을 포탈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회계를 엉터리로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아서 앤더슨, KPMG 등 회계법인들이 회계 장부조작을 묵인해준 것과 무관치 않다. 세계은행이 세계 빅5의 회계법인들에게 경고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세계은행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빅5가 아시아기업의 회계보고서 작성시 국제적인 회게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서명을 해서는 안된다』고 이들 회계회사 대표들에게 경고했다. 고객들에게 국제 회계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감사보고서에 자신들의 서명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KPMG,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언스트 앤 영, 델로이트 투시 토마쓰, 아서 앤더슨 등 빅 5 회계법인들은 미국 전체 회계감시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LTCM은 물론 유명기업중에서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데가 없고 이들이 감사하지 않은 기업은 금융시장에서 돈을 꿀 수 없을 정도다. 표면적으로는 이들이 회계감사, 세무, 컨설팅, 재무전략및 인력관리 조언업무 서비스를 해준 기업이 망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이들이 전세계로 사업무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회계조작을 눈감아주고 서명을 남발,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기업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공공연히 분식결산을 하는데도 이를 지적한 회계법인들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미국 금융당국의 감독소홀과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등으로 속속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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