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들 가운데 2ㆍ4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은행들이다. STX 관련 충당금에 저금리까지 겹치다 보니 은행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반토막 이상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실적만회를 위해 2금융권의 영역까지 넘어가고 있고 연체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출시장마저 계속 빼앗기는 2금융권은 생존마저 위협 받고 있다. 보험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기업대출에서 일회성 비용처리가 늘고 경기불황의 여파를 겪고 있다. 분기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던 금융지주가 은행ㆍ보험 등의 실적악화로 이제는 3,000억원 안팎을 예상해야 할 정도다.
■ 금융지주·은행
금융지주 분기이익 3,000억대로 추락
은행은 대기업의 잇단 부실을 떠안느라 당장 2ㆍ4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지주가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의 실적하락을 기록하게 된 것도 은행이 지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가계와 달리 연체율 등 눈에 보이는 지표로만 알 수 없고 기업 하나라도 부실이 나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은행이 대비하기 힘들다"면서 "1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은행 순이익이 60%가량 줄었는데 2ㆍ4분기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기업 구조조정에 강점을 지닌 우리은행은 최근 대기업 유동성 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실적악화로 우리금융지주도 2ㆍ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떨어진 2,4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 역시 2ㆍ4분기 실적이 전년에 비해 20% 정도 줄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KB는 순익이 4,100억~4,500억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지주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7%가량 줄어든 5,500억원선에서 2ㆍ4분기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만 예외적으로 약 3,6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TX 등 대기업 부실과 이에 따른 지원 문제로 2ㆍ4분기는 물론 앞으로도 당분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받지 못할 빚인 줄 알면서도 지원했고 STX의 경우도 주력 계열사가 아닌 회사까지 지원하느라 부담이 크다"며 "하반기까지는 주요 은행의 실적이 나쁘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건설ㆍ선박ㆍ해운 등 취약업종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도 은행의 불안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와 달리 기업의 연체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은행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 실적은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보험
기업대출 일회성 처리 늘어 40% 뚝
보험사들의 2013회계연도 1ㆍ4분기(2013년 4∼6월) 실적 역시 부진하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영업이 어렵고 기업대출 등에서 일회성 비용 처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 향후 자산운용 부문에서 역마진 위험성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전년 동기 대비 크게는 40%가량 순이익이 줄어든 보험사도 있는 가운데 업계 평균적으로 생보업계는 10%, 손보업계는 20%가량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계에 따르면 1ㆍ4분기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4,500억원 안팎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어든 규모다.
STX팬오션 채권 100억원을 떨어야 하고 직원 성과급 지급 등으로 일회성 비용 규모가 큰 LIG손보의 실적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STX팬오션 채권손실액이 200억원에 달하는 현대해상도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TX팬오션 관련 손실이 100억원 발생하는 동부화재의 1ㆍ4분기 순이익 전망치도 93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삼성화재는 유가증권 손실액 발생 등으로 순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메리츠화재만 순이익이 소폭 감소해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생보사의 경우도 삼성ㆍ미래에셋ㆍ동양 등 일부를 제외하면 실적악화가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1ㆍ4분기에 2.100억~2,55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동기(2,42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저금리 환경 대응이 수월한 삼성생명이 이 정도니 다른 생보사의 여건은 열악하다.
■ 카드·캐피탈
대형카드사 반토막 이상 급감
카드ㆍ캐피털업계는 1ㆍ4분기 전년 대비 많게는 15%까지 떨어졌던 실적하락 추세가 2ㆍ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고 있는데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과 2금융권 대출금리체계 합리화로 수익원이 급감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카드의 2ㆍ4분기 순이익은 720억~74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6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1ㆍ4분기에 비해 10%가량 오른 수준이다. 카드업계 순이익 평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내려갈 것이라는 게 업계와 금융당국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신용카드로 한번에 고액을 긁는 사람이 줄어들고 체크카드로 여러 번 소액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결제 건수에 따라 비용이 들어가므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등을 주로 했던 캐피털사도 소비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 구입이 줄면서 캐피털사의 이용 역시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국민행복기금, 외환위기 연대보증자 연체조정 등 각종 서민 대상 빚탕감 정책이 쏟아진 것도 영향이 컸다. 통상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연체채권의 절반을 회수했지만 최근에는 회수율이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2금융권 대출금리체계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불합리한 대출금리를 손질하는 작업이지만 평균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소한 9월까지는 실적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 저축은행
우량업체까지 줄줄이 적자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우량 저축은행도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당장 금감원의 검사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적자 저축은행 수는 전년도와 비슷하겠지만 전체 적자규모는 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3ㆍ4분기까지 전체 저축은행의 절반 정도가 적자를 냈다"며 "중요한 것은 업계 보루 역할을 하던 우량 저축은행들이 당기순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량 저축은행인 A와 B사의 경우 올해는 적자를 피해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B사는 이미 117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살아남은 대형 저축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스위스는 3월 말 현재 2,43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로 편입된 저축은행들도 적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는데다 과거 부실 대출을 아직도 떨어내는 과정에 있어 당분간은 수익을 크게 내기 어렵다.
문제는 어려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 일본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의 신용대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계 친애와 오릭스는 각각 98억원과 56억원의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출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동일인여신한도가 줄어들고 저금리가 더 지속되면 살아남을 저축은행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상호금융
연체율 늘어 두자릿수 감소
농업협동조합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은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연체율마저 올라 순이익이 2ㆍ4분기에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의 경우 2ㆍ4분기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상호금융조합의 순이익은 1조6,653억원으로 전년보다 14.6% 감소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줄어들던 연체율이 지난해부터 신협과 농협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 등을 대비해 상호금융조합이 쌓아둬야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ㆍ4분기는 물론 하반기 순익도 1ㆍ4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호금융 부문의 대출이 늘어나지 못하게 크게 옥죄는 상황에서 저금리에 저성장 기조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조합에서 2ㆍ4분기를 포함해 올해도 지난해보다 순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