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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삶의 질 높이자/백영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특별기고)

◎환경·노동조건 등 열악… 개선책 세워야○「숫자」만 판치는 사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6백달러. 그러나 국민들은 「사는게 힘들다」고들 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은 세계 32위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 상응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얼마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마침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구나」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정부와 언론 역시 지나온 뼈아픈 역사를 들먹이며 우리도 드디어 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무역수지, 성장률, 물가 등 국민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경제상황중에서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사회 일부에서는 분수에 맞지도 않는 과소비와 사치를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공직자들의 비리, 좌표를 잃은 것 같은 정치판, 미성년자 성폭행 등으로 사회분위기는 살벌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살기좋은 나라」가 되려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90년대 최대의 목표인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고도 아직도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나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양적인 성장 즉, 소득이 몇만 달러인가, 수입이 얼마인가, 시가로 얼마하느냐 등의 숫자만 바라보았을 뿐 질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가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들도 양적인 성장, 보다 많은 물질적인 대가를 최고의 목표로 삼게 되었고 이것이 곧 이 시대의 양심이자 미덕,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삶의 만족을 물질적 만족 뿐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만족, 사회적 만족, 그리고 공동체적 생활을 보다 원만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공동체적인 만족을 성취하고자 하는 의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과시문화」 이제 그만 동시에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만족하는 사회는 땀흘려 바르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일하는 기쁨을 가지며, 정도를 지켜 일한 사람들이 더 많은 수확의 기쁨을 안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 이행되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풍요를 경험하게 되자 과소비라는 단어가 우리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도층 인사들이 외제상품을 구입하고 불필요한 접대문화, 「보여주기식」의 과시문화에 익숙해지자 일반서민들도 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소비가 곧 미덕」이라고 믿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분수에 맞지 않게 과소비를 하는 문화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소비는 그것이 국가경제의 흐름에 도움이 되고 개개인의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라야 미덕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아껴 쓰고 저축하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실상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은 저축을 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미래뿐 아니라 후손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실하게 일하여 얻은 대가를 일순간의 향락이나 편안함과 바꾸지 말고 미래를 건설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성향도 선진화를 또 한가지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다. 우리는 같은 서울에 또는 부산에, 같은 한국에, 그리고 같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이다. 태초부터 그래왔듯이 서로 다른 얼굴과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작게는 규칙에서부터 크게는 헌법까지 우리사회에 존재한다. 물론 이렇게 명문화되어 있고 위반했을 경우 제재가 가해지는 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법 이전에 우리는 가족, 이웃, 세계와 함께 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거리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몰래 하천에 버려지는 폐수, 그리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우리의 이웃의 삶을 짓밟는 행위는 우리가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가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고 있느냐 하면 결코 아니다. 「내가 잘 살아야 남도 잘 산다」라는 생각보다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더 많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 이런 사회는 개인의 삶을 위해 타인의 삶을 희생시키는 공격적인 사회가 되고 만다. 선의의 경쟁과 보람된 결과가 아니라 개인을 위한 또다른 개인의 희생을 낳는 모태가 된다. ○공동체의식 되찾아야 타인과 함께,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사회임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삶의 질」은 서로에게 보장이 되는 것이다. OECD 가입 국회비준안이 통과되었다.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된 29개국 중 9위의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따진다면 겨우 32위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가입국들에 비해 환경, 노동, 소비자보호기준이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 곧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와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경쟁력도 한단계 낮음을 반증하는 예이다. 이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공동체의식을 점검하고 과소비, 환경파괴 등을 추방하는데 노력해야 할 때이며 이것은 개개인의 만족뿐 아니라 국가적인 경쟁력 향상에 일조하는 길임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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