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단지공단은 염소, 불산 가스 누출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구미공단에서 공단 근로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재난심리 상담을 진행하려다 신청자가 거의 없어 차질을 빚을 예정이다. 산단공이 생뚱맞게 심리치료를 앞세워 전시행정을 하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
이와관련 산단공 관계자는 "이달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심리치료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공단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해 하루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행사에 호응도가 높으면 여수 등 재난사고가 발생한 여타 공단 지역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구미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설 노후화와 관리 미흡으로 위험에 노출된 공단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심리치료나 제공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한가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염소가스 유출 사고 발생 직후 구미공단을 방문한 김경수(사진) 산단공 이사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구미공단 방문 이후 김 이사장이 직접 직원 조회때 업체들의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해보자고 했고 서둘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산단공의 역할이 산업단지 관리인 것은 맞지만 안전 부분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보니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산단공의 전시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여수산단 폭파사고가 난 바로 다음날인 15일 예정에도 없이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이에 산단공은 김 이사장의 현장 방문 사진을 대대적으로 배포하며 "대책마련을 논의했다"고 홍보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정작 산업단지 사고 재발방지와 안전대책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게 산단공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로 산단공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서둘러 사고현장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기관으로서 도리를 다 하자는 차원이지 대책을 마련할 권한을 정부에서 부여하지 않았는데 후속조치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같은 산단공의 태도에 대해 구미ㆍ여수 등 공단 입주 업체들과 주민들은 산단공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지자체와 각 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근본적인 사고방지 대책을 내놔야 하는 데도 전시행정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국가산업단지에서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했는데 '관리'는 산단공의 역할이지만 '안전'은 남의 일이라며 뒷짐 지고 있는 산단공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입주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가진 산단공과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지자체와 각 부처들을 한 데로 모아 대책을 마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