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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공세, 기관 지수 받치기
입력2003-02-25 00:00:00
수정
2003.02.25 00:00:00
이재용 기자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다시 무너졌다. 기관이 선ㆍ현물시장에서 동시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이 올들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1,467억원어치나 쏟아내 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25일 24.04포인트 떨어져 592.25포인트로 마감, 7거래일만에 다시 600선 아래로 밀렸다.
이날 지수급락은
▲미 증시 하락
▲이라크전쟁 리스크 재부각
▲ 반도체가격 하락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등 악재들이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취임랠리`는 물거품이 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관이 지수를 받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고 있어 시장의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600선이 무너져 전저점이 575선에서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매패턴]
이틀째 1,000억이상 매도, 삼성전자ㆍ현대차등 집중
외국인들이 지수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공세에 나서며 종합주가지수 급락세를 이끌었다.
25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올들어 두 번째로 많은 1,520억원 어치의 매도우위를 기록, 이틀째 1,000억원 이상의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917억원 어치 내다팔아 나흘째 매도행진을 이어갔고 현대차도 188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이들 두 종목의 순매도 규모가 1,105억원에 달해 전체 순매도의 72%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가격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감에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또 현대차에 대해서는 당분간 소비심리 악화 및 세계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에 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들은 최근 꾸준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들의 매수로 겨우 개선조짐을 보이던 수급여건이 다시 악화되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고있다. 지난 13일 이후 9일동안 외국인들은 단 3일만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지난 17일 삼성SDI 시간외매수와 21일 한국전력 시간외매수를 제외할 경우 9일 가운데 실제 장중 순매수에 나선 날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단순히 북핵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상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 위기에 따른 유가급등과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세계경제의 회복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는 물론 타이완 및 일본 증시도 큰 폭 하락한 것을 보면 단순히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빠른 시일내에 다시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건은 역시 미국 증시의 반등 여부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1월 중순이후 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일 미국증시가 하락할 경우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미국 증시의 반등이 담보되기까지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기관 매매패턴]
급락장서 267억 순매수, 지수하락 완충역할 톡톡
기관이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어 500선 후반에서는 지수의 하방경직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관의 매수세가 미약해 시장흐름을 상승세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은 이날 267억원을 순매수했다. 물론 1,467억원어치를 내다판 외국인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500선 후반대에서는 추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의 추가 급락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은 이날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맞서 장중 현ㆍ선물 양대시장에서 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선물시장에서는 장 중 3,000계약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물시장에서는 시간외 매매를 통해 939계약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는 이날 시장이 급락한데다 향후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일부 기관들이 선취매성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기관의 매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외국인에 맞서기 보다 시장의 추가 하락을 저지하는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은 “현 상태에서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국민연금ㆍ국민은행ㆍ증권 유관기관 등의 자금 집행 규모를 합쳐봐야 5,000~6,000억원 규모인데다 이 자금은 지수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방어하는 보수적 성격의 자금”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연기금 투입에 따른 기대감에 지수가 큰 폭으로 밀리지 않았지만 이날 외국인의 매도로 인한 지수 충격에서 드러나 듯이 기관의 방어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재 시장은 대외 변수에 따른 지수변동성이 큰 상태기 때문에 기관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태다.
모 투신운용사의 운용본부장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이상 지속된 전쟁리스크가 막바지에 이르며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진 느낌이다”며 “경제지표에는 전쟁 리스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지만 아직까지는 자금 집행을 능동적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수여력이 크지 않음에도 기관은 현재 시장에서 유일하게 지수를 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진 않지만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달 들어서만 순수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이 5,000억 가량이 늘어나는 등 조금씩 시중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기관의 매수여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수 500선에서는 언제든지 가격 메리트에 따른 매수세 유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500선 후반에서는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장의 추가하락을 저지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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