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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차(茶)사건서 부마항쟁까지… 조세저항에 나라 흔들리기도

■ 세금의 정치경제학<br>불평등 조세 사회불만 누적… 노무현 정부 종부세 정권내내 발목<br>일본 등 증세 움직임 불구… 국민 자극 우려에 몸사려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세금의 위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일단 파국은 모면한 것 같지만 민감한 사안을 받아 든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공방은 그야말로 뜨끈뜨끈하다.

되짚어보면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 뒤에는 격렬한 조세저항이 있었다. 불평등한 조세제도는 사회불만을 누적시키고 사회변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현재도 세금은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뜨거운 감자'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속히 불어난 반면 주머니는 비었고 빚은 늘었다. 각국이 조세제도를 손보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도 혹여 국민과 기업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까 몸을 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세저항, 정권은 물론 나라를 뒤엎기도=무소불위인 왕의 권한을 법에 종속시킨 것도 조세제도다. 1215년 영국 존 왕의 과도한 조세를 못 견딘 귀족들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그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에 왕의 서명을 받아낸다. 왕이라도 법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이 문서가 바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도 세금 때문이다. 프랑스와의 식민지전쟁으로 재정이 악화된 영국 정부는 식민지인 미국에 설탕세ㆍ인지세ㆍ수입세 등 이른바 '세금폭탄'을 떨어뜨렸고 결국 차(茶) 수출세를 둔 갈등이 '보스턴 차 사건'으로 번지며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프랑스대혁명의 불씨는 왕실의 재정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증세였다. 1789년 루이 16세는 귀족ㆍ성직자ㆍ평민으로 구성된 삼부회를 소집, 귀족도 세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가 결국 파리시민의 봉기로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국내에서도 과다한 징수는 격렬한 조세저항을 일으켰다. 조선 말기 전봉준이 들고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은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민란이지만 결과적으로 조선의 국운을 흔들어놓았다. 역대 정권도 세금 논란 앞에서는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박정희 정부는 근대화 재원으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는데 특히 지난 1977년 부가세 도입은 부마사태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사회지도층의 반발을 샀고 이는 집권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붙들었다.

◇복지재원, 풀리지 않는 숙제 되나=세금갈등은 전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슈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75% 소득세'법을 통과시키려다 프랑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연간소득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2년간 한시적으로 75%의 소득세를 매긴다는 내용이었는데 야당이 헌재에 법률심판을 요청해 막은 것이다. 이 법안은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에네시그룹 회장이 벨기에 귀화 신청으로 화제가 됐다. 고소득자 소득세가 무산된 후 올랑드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현행 5%인 소비세율을 내년 4월부터 8%로 올리고 오는 2015년 10월부터는 10%로 올리기로 예고한 상태지만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비세 인상은 일본 역대 정권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포기의 역사가 길다. 1980년 처음 추진됐던 5% 소비세 도입은 1989년 3%로 수정된 뒤에야 국회를 통과했고 1997년에 3%를 5%로 올렸다. 간 나오토 총리는 2010년 10%로 인상을 언급했다가 그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후 물러났다. 이제 소비세 인상은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공이 넘어왔지만 벌써부터 아베노믹스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복지재원이 시급한 박근혜 정부는 올랑드 대통령처럼 과감한 부자증세를 시도한 것도, 일본처럼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려던 것도 아니지만 첫 세법개정안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한 후 중산층에 부족한 것을 내라고 했어야 했는데 순서가 잘못됐다"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도 기술적으로 세율을 조정해주면서 우선 국민들의 억하심정을 풀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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