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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하게 펼친 십자군 전쟁

'킹덤 오브 헤븐' 4일 개봉


스펙터클하게 펼친 십자군 전쟁 영화 '킹덤 오브 헤븐' 4일 개봉 계절의 변화는 스크린에서 읽혀진다. 겨울방학 시즌 이후 잠잠했던 극장가는 다시 ‘꽃단장’에 한창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하나 둘씩 개봉할 때면 여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지난 해 5월, ‘트로이’가 블록버스터 전쟁의 포문을 열었듯이, 올해 역시 할리우드 물량공세는 십자군 전쟁을 다룬 서사극 ‘킹덤 오브 헤븐’(4일 개봉)로 시작한다. 지난 몇 년간 선보였던 역사물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중세시대 역사의 거대한 줄기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현대적 시작으로 재해석한다. 서사극의 하이라이트인 전투신 역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물량공세를 앞세워 장대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중동의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벌판 위에서 화살이 난무하는 장면은 그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 여기에 ‘반지의 제왕’ ‘트로이’로 역사물 전문배우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스타 올랜도 블룸을 비롯해 ‘글래디에이터’로 대작의 새 지평을 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름값 또한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올랜도 블룸은 극중 대장장이 발리안으로 나온다. 가족을 잃고 시골에 묻혀있는 그에게 십자군 기사인 아버지 고프리(리암 니슨)이 찾아온다. 고프리는 빌리안에게 예루살렘으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고민하던 발리안. 그러던 중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그는 결국 아버지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하기로 한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공존하는 그 곳엔 국왕 볼드윈 4세의 통치 속에 묘한 평화상태가 펼쳐진다. 하지만 나병환자인 국왕의 죽음은 멀지 않았고, 곧 이 곳은 피의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 발리안이 할 일은, 예루살렘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스콧 감독은 전작 ‘글래디에이터’에서 그랬듯, 이 작품 역시 볼 거리와 생각할 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지 않는다. 이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엄청난 스펙터클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무작정 “돌격 앞으로!”만을 외치지 않는다. 종교를 빙자해 인간의 욕심을 한껏 드러낸 십자군 원정을 다룬 작품답게 영화 속 인물들은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영웅 발리안이 사제를 죽였다는 원죄를 지니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영화의 다층적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그간 수많은 서사물들이 보여준 화려한 전쟁신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영화를 다소 진부하게 한다. 물론 비슷한 소재로 무난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하지만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가 서늘한 눈빛으로 보여줬던 진한 고뇌의 흔적을 2시간 내내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5-05-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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