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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父母 '눈' 되주는 선생님들

부모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사고'를 치는 아이들. 받아쓰기다 그림일기다 부모가 봐줘야 할 것들도 많다. 그런데 부모가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떨까. 시각장애인 부모의 `눈'이 되어 그들의 자녀들을 대신 돌봐주는 특별한 가정교사들이 있어 화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여성가족부와 공동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올 3∼11월에걸쳐 4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시각장애인 20여 가정에 자원봉사자를 주 2회 2시간씩 파견, 자녀들에게 학습ㆍ놀이ㆍ독서지도를 해오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학교ㆍ여성단체ㆍ사회복지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내 뽑았고, 장애 체험과 시각장애인 안내법등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 자원봉사자 진미현(24ㆍ이화여대 미대 3년)씨는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부부 김모씨 가정에서 10살ㆍ5살 난 딸들의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의 인연을 맺었다. 진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전공을 살려 같이 그림도 그려주며 생업 때문에 집을 비우는 김씨 부부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뿐만 아니라 소방서, 시장, 대형서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 김씨 부부가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었던 현장 교육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진씨는 "시각장애인 부모가 가장 하기 힘들 한글 깨우치기에 제일 신경을 썼어요. 아이들이 받아쓰기가 가장 취약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같이 놀며 이야기하며 즐겁게 지내다보니 정이 들어 제가 가는 날은 아이들이집 밖에 나와서 기다릴 정도"라며 그는 뿌듯해 했다. 진씨가 이 가정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서 뿐만이 아니다. "약국에서 아이들 물약을 작은 물병에 담아 `눈금 얼마만큼 먹이라'고 처방하잖아요. 약시를 앓고 있는 아이 어머니에겐 이 세밀한 눈금이 안 보이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된 진씨는 매직으로 굵게 눈금에 선을 그리는 지혜를 발휘했다. 진미현씨는 "김씨 가정과 맺은 인연에서 준 것 보다 받은 게 더 많아 이 일을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달부터 부모님과 누나가 시각 장애를 안고 있는 5살 남자 어린이와 새 인연을 맺어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자녀들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줘 기쁘다는 시각장애인 이계화(여ㆍ33)씨는 "큰 딸 하나가 중앙대 심리학과에 다니는 김도래미(여ㆍ25)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작은 딸 민정이에게도 선생님을 붙여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큰 애가 수학 실력이 조금 부족했는데 김선생님이 오신 뒤 실력이 늘었다"며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나 대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이씨는 인천에 사는 김도래미씨가 인천과 꽤 먼 부천 하나네 집에 한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와 하나 자매를 돌봤다며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부모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자라나는 자녀와 그 자녀의 상처로 인해 부모도 상처받는 것이 아픈 현실"이라며"이들의 상처를 감싸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실시한 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와 내년에도 정부 지원으로 시각장애인 부모의 `눈'이 돼 줄 이들을 배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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