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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지방분권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앙의 권한을 떼어서 지방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지방이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미래를 위한 기본전제이자 새로운 발전 전략입니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분권에 대해 몇 개의 길을 놓고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시대에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모으고, 어떻게 성공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을 `촌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 장관의 `촌놈론`엔 `지방시대를 이끌 적임자`라는 자긍심이 가득 차 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답게 노 대통령과도 분권에 대한 코드가 거의 일치한다.
-지방분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이신지요.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의 권한과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의 자율적 발전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정력을 확충하는 노력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가급적 빨리 대통령 직속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분권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지요. 행자부는 앞으로 지방분권 주무부처로서 다양한 지방의 여론을 수렴하고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뒷받침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방예산이 많이 필요 할 텐데요.
▲지방재정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현재 내국세의 15%에서 17.6%로 늘리고,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를 일부를 떼어내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는 방법이죠.
-교부세율 인상이나 국세의 지방세 이양은 경제부처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좀 넘겨줘야 하는데 그 쪽 분들은 중앙집권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자제 이후에 지방의 재원은 넉넉하고 국가적인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하는 재원은 모자란다고 말하죠.
또 국세를 지방세으로 전환하면 수도권에 세원(稅源)이 몰려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이나 독일에서 시행하는 `공동세`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큰 문제가 업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지방분권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은 어떻게 추진되나요.
▲우선 지방이 할 일을 중앙에서 틀어쥐고 있는 각 부처들이 나서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이런 것이 가장 많은 행자부부터 할 것입니다.
또 특별지방행정기관이 문제지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합니다. 특별지방행정기관 개편은 대통령께서 공약하신 사항입니다. 현재 6,539개 특별행정기관이 있는데, 이들 중에 노동, 중소기업지원, 환경, 보훈 분야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와 유사 중복되는 기능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인력과 예산낭비라는 비판과 지방행정의 자율성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간에 중복되는 기구나 지역 주민생활과 밀접한 기능은 지방으로 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정부혁신ㆍ지방분권위원회`에서 큰 틀을 잡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부처의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특별지방행정기관 업무 중에는 지방에 이양할 것도 있지만, 민간위탁이나 책임운영 기관화, 광역화 등의 방법을 활용해 업무수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가 있는 지방단체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있기는 했습니다. 단체장의 전횡이나, 예산 낭비, 전시성 행정, 재원확보를 위한 난개발이나 러브호텔 허가 같은 일들이 문제가 되곤 했지요. 저는 이런 일들은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치뤄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생각합니다.
또 중앙 일에만 관심이 많은 언론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아서 그렇지만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 지방은 많이 변했습니다. 공직사회에 경쟁개념이 도입되고,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세우고, 행정서비스가 향상되고,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행정이 투명해졌고, 주민의식도 달라지면서 주민참여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단체장들과 의원들은 서로 견제하며 관치시대 보다 훨씬 앞서가는 행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견제 할 장치도 마련해야지요. 주민투표제나 주민소환제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공무원에게 꼭 노조라는 이름을 붙여야 합니까.
▲공무원도 하나의 근로자로서 단체활동을 통해 그들의 권익을 향상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공무원의 노조 활동이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에게 서비슬 제공하는 공익적인 일을 합니다. 이것이 일반 노동자와 다른 점이겠지요. 이처럼 공무원은 노동자 성격과 신분의 특수성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 노조활동에 관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며, 기본적으로 노조명칭은 허용하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도 교원노조수준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다만, 단체행동권에 대한 문제는 선진국의 사례 등을 참작할 때 현재로서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너무 잘 맞아 `리틀 노`란 닉 네임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시대적인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가니까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나라도 이제는 국민참여가 사회발전이 동력이 되어야 하는 시대죠. 저보고 언론이 `리틀 노무현`이라고 자꾸 쓰는데,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기자들이야 흥미 있는 부분일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저는 능력이 한참 뒤지는 사람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너무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장관직을 물러날 때, 정말 `리틀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좌우명] `민(民)은 가난한 것 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
나는 중국 송나라 시대 한 성리학자의 말인 “민(民)은 가난한 것에 분노하기 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원칙이 명확한 행정을 하겠다`는 나의 평소 소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남해군수시절 불법묘지를 단속하면서 지역 주류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공설 공원묘원을 만들고 마을 공동묘지 진입로를 정비하는 등 3년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금수강산 물려주기 운동`을 시작했다.
유교문화가 뿌리깊게 박힌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애비 애미도 몰라보는 군수` `군수는 조상도 없냐`는 등 엄청난 공격이 들어왔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묘지강산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소신이 옳았다고 생각했기에 꺾기지 않았다.
물론 장사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이후 남해군은 80%에 달하던 불법묘지를 1년만에 0.2%로 줄였고 대다수 군민들은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줬다.
행정자치부 장관 자리에서도 남해에서의 불법묘지 전쟁처럼 주류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기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적인 행정을 하는 공직자로 국민들에게 다가 갈 것이다.
[발자취] 이장에서 군수, 그리고 장관으로
참여정부의 가장 파격적인 인사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발탁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군수 출신이 그것도 44세의 젊은 나이에 전국 지방조직을 총괄하는 행자부의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김 장관 스스로도 “옛날로 이야기 하자면 작은 고을 수령이 이조판서까지 올랐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한달여 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김 장관을 지켜본 행자부 직원들은 그의 추진력과 조직융화 능력, 합리적인 일 처리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고 한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이런 김 장관의 `능력`은 민주화 운동과 오랜 지역운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35세에 남해군수에 출마한 김 장관은 선거관리위워회에 제출할 재산신고서에 `염소 3마리`라고 적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농군 출신이다. 학벌도 지연도 변변치 않은 그가 막대기만 세워놓아도 당선된다는 당시 여당인 민자당 후보를 제치고 전국 최연소 군수로 당선 됐을 때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오랜 지역운동의 결과이며, 우리 사회에 지방분권 세력의 첫 등장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영주전문대와 동아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에서 재야단체인 민통련 간사로 일하다가 86년 직선제 개헌쟁취 현판식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3개월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서울행 기차를 탈 때 그는 거꾸로 고향인 남해로 내려갔다. 그때부터 중앙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지방에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 마을인 남해 이어리에서 이장을 지내면서 군민에게 책을 대여해 주는 문화공간 `책사랑 나눔터`를 운영했고, 지역사회단체를 만들어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넓혔다. 90년대에는 군민주(郡民株) 형태로 남해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군수취임 직후 단행한 기자실 폐쇄 사건이다. 지방지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계도지 신문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지불하던 홍보비 지출도 중단했다.
행정과 언론의 고리를 끊고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그는 전국 최초로 `민원 공개법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참여자치의 길로 매진했다. 이런 뜻이 주민들에게 통해서일까 그는 단체장으로서는 드물게 개발보다 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9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그렇다고 그가 지역경제를 도외시한 정책을 편 것은 아니다. 남해군에 걸 맞는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오히려 환경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 그는 스포츠산업을 지역발전전략산업으로 육성해 기초자치단체론 유일하게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덴마크팀의 훈련캠프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이다. 당시 노대통령이 “김 군수가 나와 같이 정치를 하지않으면 누구와 같이 하겠냐”고 설득하고 경남지사 후보로 추천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대선 때 경남 선대위 본부장을 맡아 헌신했고, 노 대통령은 그를 지방분권과 행정혁신의 막대한 소임을 맡는 참여정부의 첫 행자부 장관에 임명했다.
[약력]
▲59년 경남 남해출생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남해신문 발행편집인
▲경남 남해군 군수
▲(현)자치연대 공동대표
▲새천년민주당 경남 남해하동지구당 선대위원장
▲행정자치부 장관
[내가 본 김두관 장관] 원혜영 부천시장
우리나라 행정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라는 점이다. 시장(市場)은 일찍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행정만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김두관 장관의 취임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행정개혁의 첫 걸음이다. 김 장관은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도하에서 과감하게 지방행정을 개혁하고, 플레이스 마케팅(Place marketing)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스포츠파크 조성사업 등으로 외진 남해군을 일약 스포츠 관광의 명소로 만든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김 장관을 알게 된 것은 몇 년전 우리시에서도 사계절 잔디구장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그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다. 그 때부터 남해군은 부천시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나 또한 김 장관의 가까운 벗이 되었다.
김 장관은 주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지방행정을 맡았고 지방자치의 최일선에서 `참여와 분권`의 행정을 적극 실천해온 분이기에 지방자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믿고 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참여정부가 견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대담=윤종열 사회부장, 정리=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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