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주당 몸값이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황제주는 네이버로 75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황제주로 분류되는 롯데제과·삼성전자·태광산업 등을 모두 제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50만원 이상 초고가주 총 31개 종목 가운데 액면가를 5,000원으로 환산할 때 주가가 가장 높은 종목은 네이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네이버의 주가는 750만원으로 집계됐다.
SK C&C(523만7,500원)·현대글로비스(303만5,000원)·SK텔레콤(288만5,000원)·삼성화재(278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환산주가 기준 14위에 그쳤다. 황제주로 분류되곤 하는 롯데제과(221만9,000원)·태광산업(131만원)은 각각 7위, 13위에 머물렀다.
환산주가 기준 상위권을 독식한 네이버·SK C&C·현대글로비스·SK텔레콤·삼성화재 등은 액면가가 500원 이하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액면가가 낮을수록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거래량 증가→주가 상승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고가주 중 액면분할을 실시해 액면가를 낮춘 SK텔레콤과 제일기획의 경우 장단기적으로 주가는 오르고 거래량은 증가했다. 지난 2000년 주당 5,000원이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해 주식 가격을 기존 294만원에서 29만원 수준으로 낮춘 SK텔레콤은 분할 이후 주가나 거래량이 모두 좋아졌다. 2010년 액면가를 25대1로 쪼갠 제일기획은 분할 이후 3개월 동안은 주가가 다소 주춤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를 보였고 거래량은 급증했다.
해외 사례도 분할의 효능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90%가 주식 분할 이후 주가 및 거래량이 호조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62.5%가 주가 상승 및 거래량 증가라는 주식분할의 효과를 톡톡히 체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인 미국의 애플은 주식 분할을 통해 주가 및 거래량을 떠받치며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애플은 6월 7대1 주식분할을 실시해 기존 55만원 안팎이던 주가를 10만원 선까지 떨어뜨린 바 있다. 주식분할 전 1,000만주 수준이던 일일거래량은 9월2일 5,320만주를 기록하며 다섯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거래량은 31만7,992주(9월2일 기준)에 불과하다. 발행주식 수가 60배 가까이 차이 나는 점을 감안해도 거래량의 격차가 크다.
미국·일본 등 해외 기업은 실적 호조로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투자자들의 고가 주식 매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식분할을 시행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기업의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주가관리 차원에서 주식분할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가 부담이 낮아져 유동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추가적인 자금 소요 없이 주가 부양 효과를 얻는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통한 가계 소득 증대라는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액면분할이 선제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고가주의 문턱을 낮춰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배당촉진 정책이 실제 가계소득 증대 및 내수 부양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액면분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당 확대 수혜는 황제주 보유 비중이 높은 외국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은 대개 액면분할로 인해 주주 수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각종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주권행사 압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며 "그러나 기업가치 증대 등 액면분할의 이점이 그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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