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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칼끝 KB지주로… 정병기 감사 해임 보류

은행 이어 특별검사 확대 영향

전산시스템 교체 무산 위기에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 KB금융지주와 이건호 국민은행장 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KB지주가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의 해임안을 추진하다가 보류시켰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이 특별검사를 국민은행에 이어 KB지주로까지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인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입찰 참여를 주저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B의 한 고위 관계자는 21일 "정 감사의 월권 논란이 일면서 해임안이 추진된 것은 사실이나 현 상태에서 이사회가 또다시 움직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정 감사의 행동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KB지주가 해임안을 강행할 경우 국민은행 측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현재 국민은행 이사회는 철저히 KB지주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이사는 사외이사 6명과 사내이사 4명(이 행장, 정 감사, 박지우 부행장, 윤웅원 부사장)으로 구성된다. 감사위원회 위원 해임안은 이사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주주총회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사외이사 6명에 사내이사 1명의 찬성으로 해임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이사회에서 이 행장과 정 감사를 지지하는 이사는 전무하다. 6명의 사외이사와 윤웅원 KB지주 부사장은 물론 국민은행 박 부행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 KB지주 측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감사 해임안 안건이 상정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의 검사가 KB지주로 확대되고 있는데다 은행 감사실이 각종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있어 이사회도 정 감사 해임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감사실은 조만간 금감원의 특별 검사와 관련 추가 자료도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이 행장은 외부 창구를 통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 제기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행장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 이 문제를 보고한 것과 관련해 "지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감독 당국에 보고서가 올라가면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진실하지 않은 점이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그런 심각한 상황을 이사회에서 한 번 논의해보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9일 국민은행에 대한 특검에 들어간 데 이어 20일부터는 KB지주에 대한 특검도 개시했다. 이는 금융 당국이 이번 사태를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갈등이 아니라 KB지주와 은행 사이의 문제라고 직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지주와 국민은행 양측 중 한 곳이 검사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 행장이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면서 이날 마감 예정이던 유닉스 기반의 새로운 은행 전산시스템 업체 입찰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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