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신용보증'은 담보능력이 부족한 기업에 정부가 보증을 서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였다. 앞으로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들도 정부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신용보증기금을 통해서다.
물론 단시일 내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정부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국회입법을 거쳐야 한다. 다행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통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모럴해저드 논란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과도한 가계대출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다중채무자의 경제력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점은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51조원에 이르는 하우스푸어들의 부채와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재조정)에 들어간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 구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출금리 10~14%까지 낮추는 효과=금융당국이 구상하는 서민신보는 아직 밑그림 수준이다. 다만 두 가지 방향은 정해졌다. 국가재원을 투입해서라도 기금을 설립해 가계부채 문제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 다중채무자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금융 서비스 지원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신보의 구체적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9년 8월 여의도연구소 정책토론회다. 실제 18대 국회에서는 이 토론회를 계기로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공적 보증으로 개인을 보증할 경우 이자율은 10~14.32%까지 떨어진다. 30%대 대출이자가 10~20% 수준으로 대폭 낮춰지는 것이다.
당시 연구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신용회복기금이 고금리 전환대출 '바꿔드림론'을 통해 신용회복을 견인했다면 신설되는 서민신용보증기금은 신규자금 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나 캠코에 위탁 가능성 높아=서민신보는 '제3의 신용보증기관'으로 당장 설립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정기금과 함께 조직을 신설하기에는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는데다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금을 누가 맡아 운용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현재로서는 신용보증 노하우가 쌓인 신용보증기금이나 신용회복기금을 운영 중인 캠코 중 한곳이 기금 운영을 위탁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과거 주택신용보증기금(현 주택금융공사) 위탁기관으로 개인보증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지점 수도 99개로 캠코(10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캠코는 신용회복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240만명의 저신용계층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할 정도로 '신용불량'에 전문성이 쌓였다.
하지만 세금을 투입해 저신용층의 빚만 늘린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개인보증에서 확인되듯 도덕적 해이 논란도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재원을 투입해서라도 저신용계층을 지탱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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