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는 지난 4월 '보험계약 통합조회시스템'을 개설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보험사기를 줄이려는 게 1차 목표였다. 보험사기에 따른 손해율 증가는 보험료 증가의 원인이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보험 업계의 의도는 좋았지만 정작 실효성은 여전히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사가 30억원을 넘는 보험에 가입한 것은 이 같은 제도적 문제가 드러난 사례 중 하나다. 조종사가 고의성을 띠고 보험에 무더기로 가입했을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손해보험사들이 구축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시스템은 '구비'돼 있지만 모든 영역을 커버할 정도로 완비돼 있지 않고 실무인력의 이해도가 낮아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시기에 유사한 보험을 복수의 손보사를 통해 가입하는 행위는 보험사기 의심사례로 분류된다. 이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바로 손보협회가 4월 개설한 '보험계약 통합조회시스템'이다. 개인이 보험사에 상품가입을 의뢰하면 보험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의뢰인이 다른 보험사에 어떤 보험을 가입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유명무실한 시스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시간차에 따라 조회 자체가 안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청약단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사들이 이를 파악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중복가입 여부를 조회할 수 있지만 청약 후 응낙이 되지 않은 2~3일 정도는 조회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점은 또 있다. 이 시스템은 프로그램상 상해사망 담보에만 가입하는 경우 조회가 불가능하다. 개인고객 중 상해사망 담보에만 가입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을 단순화시키는 차원에서 시스템을 만들 때 해당 사례는 제외한 것이다. 이번 아시아나 화물기 기장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초기 보험 가입시 상해사망 담보만 가입했고 이후 후유 장애 담보도 추가로 가입하면서 조회망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중복계약을 청약 때부터 파악할 수 있도록 조회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계약 현황을 손쉽게 확인하고 보험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김수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손해보험사의 경우 실손의료보험은 중복가입 확인이 되지만 상해보험은 그렇지 않다"며 "청약 단계에서도 계약 정보를 점검할 수 있도록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비행기 사고의 경위 파악과 별개로 현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금감원의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계약정보 조회시스템이 달라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제도적 허점이나 보완해야 할 사안이 발견되면 보험사들에 권고해 계약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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