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장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까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장기업은 ▦유가증권시장 3개 ▦코스닥시장 4개 등 모두 7개에 달한다. 이제 막 2ㆍ4분기가 시작됐는데도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한해동안의 회생절차 신청 건수(7건)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추진중인 상장폐지 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기업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시장의 유리이에스는 8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의 루멘디지탈은 7일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올들어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의 쌍용자동차ㆍ기린, 코스닥 시장의 우리담배판매ㆍ포이보스ㆍ케너텍 등이다. 기업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급증하고 추세다. 특히 지난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10개 가운데 5개사(유가증권 2개, 코스닥 3개)는 10월 이후 신청서를 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리이에스와 루멘디지탈은 최근 거래소가 추진중인 상장폐지 예상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케이스다. 유리이에스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발생’, 루멘디지탈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장폐지 우려기업’으로 지정됐다. 상장이 폐지될 경우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선 회생절차를 통해 채권채무관계를 동결하고 극단적인 상황은 피해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보통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003년 카드 대란이 빚어진 후 그 이듬해에는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최근 거래소의 엄격한 퇴출 규정이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생절차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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