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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우리은행장 이사회에서 은행장직을 물러난 황영기(사진) 회장은 오는 30일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도 떠난다. 황 회장은 재임 3년간 우리금융지주의 총자산을 103조9,000억원이나 늘리며 금융업계 3위였던 우리금융을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끌어올렸다. 3년 연속 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업계 최고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 회장은 이임식에서 “남산 산책길에 피어난 벚꽃을 보고서도, 밤늦게 불이 켜진 우리은행 지점의 간판을 보고서도 우리은행과 임직원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1등은행이라는 비전은 일직선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혁신과 도전, 창의력과 고객 섬김의 마음으로 1등은행을 향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그는 지난 8일 마지막 월례조회에서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는 한용운 시를 읊으며 ‘어디에 가든지 주인이 되고 무슨 일을 하든지 프로가 돼야 한다’는 뜻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어구를 남겼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돌아간 것은 영광의 상처뿐이었다. 경쟁은행 수장들이 스톡옵션으로 대규모의 평가차익을 올린 데 비해 그는 단 한 주의 스톡옵션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급을 앞당겨 줬다가 자신의 연봉이 1억3,000만원이나 삭감되는 수난을 겪었다. 황 행장은 퇴임 후 당분간 부인과 함께 산사를 도는 등 여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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