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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로 정착시킨 게 판교점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판단됩니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더 팔래스호텔에서 '판교점 오픈을 통해 본 오프라인 유통전략의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유통학회 포럼에서 "백화점이 '황금알을 낳던 거위'였던 시기를 지나 유통채널 다변화 등으로 매출 역신장기에 접어들었다"며 "명품 중심 구성으로는 더이상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즐길 수 있고 기분 좋은 새 공간을 제안하게 됐다"고 '신 생존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지역 커뮤니티' 거점을 만들기 위해 내 건 키워드는 킨포크(여유 있게 사는 삶)·패밀리·일상생활 등 세 가지. 꼭 살 '물건'때문에 백화점에 들른다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가족과 함께 풍요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핵심 테마인 셈이다.
이 때문에 가장 공을 들인 곳은 지하 1층 식품관과 5층 패밀리관이다. 판교지역의 30∼40대 주부층인 이른바 '판교맘' 공략을 위해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표적집단조사 결과 판교점(사진) 이용 고객 상당수는 30대 후반∼40대 중반의 자녀를 둔 기혼 여성으로 타 수도권 백화점 고객층보다 이들 비중이 10% 가량 높았다. '판교맘'들이 백화점을 단순 쇼핑뿐 아니라 지인과의 약속, 모임 등 커뮤니티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그냥 운동용품을 파는 나이키 매장이 아니라 요가 트레이너가 상주해 다채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국내 최초로 어린이 책 미술관을 선보이는 등 이전에 없던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차별화 발상은 적중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판교점은 지난달 21일 개점 후 5일간 매출이 현대백화점 신규 점포 실적 중 역대 최대인 181억원을 올렸다. 개점 한 달째인 현재 목표대비 20%를 초과했고, 오픈 이후 현재까지 일 평균 구매 고객 수만 약 4만5,000명에 이른다. 개점 뒤 1년 매출만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판교점이 강남과 분당, 판교 등 수도권 남부 지역의 '블랙홀'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인근 상권과의 공존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상권의 축이 현대백화점 중심으로 전환된 측면이 있지만 인근 소형 점포 역시 시간이 지나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공생 차원에서 백화점 주관으로 소규모 점포에 경영 노하우를 전하는 등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백화점이 주가 돼 판교 일대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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