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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항의·루머 난무 "왜 상장했나"

주가 저평가로 자금조달 비싼값 지불…규제 강화한 만큼 기업 혜택도 늘려야

최근 코스닥위원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국내 최대의 모 법무법인이 등록폐지 절차에 대해 문의를 한 것. 증권거래소 공시실에도 한미은행의 상장폐지를 전후해 뜸했던 자진 상장폐지 문의가 이어졌다. 상장 제조업체의 한 대표는 “공장부지만 팔아도 유통주식을 다 거둬들이고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며 “주가가 왜 안 오르냐는 주주들의 성화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엄포를 들을 때면 왜 상장했나 후회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막상 꿈을 안고 증시에 상장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보다 섬겨야 할 시어머니가 더 늘어나면서 영업 외적인 일에 대한 비용 지불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한 상장기업 대표는 “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신인도가 높아지고, 저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상장했다”며 “그러나 상장 이후 각종 루머가 난무하면서 근거 없는 부도설로 은행에서 자금 회수요구가 들어오고, 저평가된 주가 때문에 오히려 높은 가격에 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그럼에도 자진 상장폐지는 선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코스닥 등록기업 대표는 “조금만 기다리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자진 등록폐지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며 “등록폐지를 할 경우 회사에 문제가 있거나 대주주가 자기 욕심만 챙기려고 한다는 오해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위원회도 국내 기업들의 자진 상장폐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한다. 조재두 증권거래소 공시실장은 “국내 대주주가 자진 상장폐지를 하겠다고 나서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자진 상장폐지가 전격적으로 단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없다고 자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샤베인스-옥슬리법 도입 등 공개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진 공개취소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자진 공개취소는 개별 기업이 선택할 문제지만,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공개기업에 대한 혜택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자진 공개취소를 규제로 막기보다는 공개에 따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국내 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커진 만큼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기업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공개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면서 혜택은 늘어난 것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인지도와 이미지가 높아진다는 추상적인 효과 외에 구체적인 혜택은 큰 유인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거래소는 상장 메리트를 높이면 투자자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은 대주주를 설득해 상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상장 폐지 후 재등록을 할 수도 있는 만큼 법과 제도로서 상장 폐지를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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