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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로·외국금융기관 '저금리의 毒' 경고 잇따라

"현 상황 방치하면 인플레 가능성"… 부작용 대비 선제적 인상론 주문<br>개인금융부채등 지표도 심상찮아… "정부, 위험징후 과소평가" 지적도



김중수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의 한국은행 총재 내정을 계기로 초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내정자가 일성(一聲)으로 정부와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이상 2% 금리 체제가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이른바 '저금리의 독(毒)'이 경제 전반에 스며들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 원로들까지 초저금리 부작용 걱정=이성태 현 총재는 지난 2월17일 국회에 출석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거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장은 '떠나는 중앙은행 수장'의 목소리에 그리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매파인 이 총재의 금리인상에 대한 미련이 담긴 것쯤으로 해석했다. 정확히 한 달 후면 김 내정자가 한은의 수장이 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박승 전 총재가 이 총재의 발언을 이어 받았다. 박 전 총재는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저금리 상황에 대한 우려를 깊은 톤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물가와 부동산이 안정돼 있지만 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인기가 없더라도 지금부터 서서히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그러면서 "현 상황을 방치한다면 내년 이후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물가상승과 국제수지 악화, 부동산 버블 등이 나올 수 있다"며 "출구전략 및 금리를 올리는 일도 뒤늦게 갈 것이 아니라 앞서 가야 한다"고 각국과의 공조가 아닌 선제적 금리인상론을 얘기했다. 초저금리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외국 금융기관들에서 좀더 크게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에서 "김 내정자가 정부와의 공조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의 단맛, 부패하기 시작하나=민간연구소의 한 고위 임원은 "우리 경제 주체들이 저금리의 최면(催眠)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개인 부문에서 가계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정부는 당장의 수치에만 얽매인 채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지표들을 보면 이 같은 경고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개인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90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가계의 금융부채도 700조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가계 부채는 지난 2000년과 비교할 때 3.42배가 늘어 영국의 2.16배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지는 양상이다. 최근 나온 '2월 수출입 물가 동향'을 보면 생산자 물가가 4개월 연속 상승한 데 이어 수입 물가도 한 달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 이들 물가가 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 곡선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유가의 오름세가 빨라지고 선진국 경기회복 속도보다 원자재 값 상승 움직임이 훨씬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 역시 매매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셋값 고공행진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의미하는 협의통화(M1)의 증가 속도 역시 1월 다소나마 무뎌져 다행이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채권금리는 최근 비정상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한 듯 이 총재는 지난달 "과거에도 경험했지만 저금리의 부작용은 당시에는 이미 발생했다고 인지하기 어렵다"며 "그렇지 않다면 왜 많은 금융사고와 위기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저금리의 부작용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음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 같은 위험 징후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경우 금융당국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된다"는 말을 반복한 채 선제적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은의 또 다른 전직 고위 인사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위축에 일방적으로 매달려왔지만 저금리 장기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병행해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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