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퇴직연금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득세가 최고 60%에 달하지만 은퇴 후 수령하는 퇴직연금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폴린 바모스(사진) 호주퇴직연금협회(ASFA) 회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퇴직연금제도가 발전한 원동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회장 황영기), ASFA 주최로 이날 개최된 '한·호주 연금자산 운용전략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으로 불리는 호주 퇴직연금펀드의 적립금 규모는 약 2조호주달러(약 1,696조7,800억원)로 전 세계 3위다. 이 적립금은 근로자가 은퇴할 때까지 갑작스러운 큰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고서는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다. 바모스 회장은 대신 "은퇴 후 수령하는 퇴직연금은 전액 면세되며 퇴직연금으로 불입한 돈에 대해서는 최대 15%의 세율만 적용된다"며 "호주 고소득자들이 소득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펀드는 수탁자 또는 수탁자 이사회가 운영하는 '신탁(trust)' 형태로 운영되며 신탁은 건전성감독청(APRA), 증권투자위원회(ASIC), 국세청으로부터 관리 감독을 받는다. 바모스 회장은 "퇴직연금펀드가 고객의 수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에 대해 투명하게 드러나서 규제를 받는다"며 "한국 역시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가동돼야 퇴직연금펀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퇴직연금은 대부분 주식을 비롯한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가 이뤄지며 이는 호주 자본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퇴직연금기금이 위기탈출의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바모스 회장은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35%는 국내 주식, 30%는 해외 주식에 투자되며 15%는 국내 채권, 10%는 해외 채권에, 나머지 10%는 기타 대체투자 수단에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바모스 회장은 "호주 퇴직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최근 10년 평균 9%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은 1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수익을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57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연금시장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며 "한국과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퇴직연금 등 연금제도에 대해 협력을 통해 시스템을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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