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간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년 동안 경제수장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는 요청에 “지표상으로는 B+, 리더십은 B학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언뜻 무난해 보이지만 그리 썩 좋은 평가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느닷없는 낙마로 경제수장에 오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한 지 15일로 어느덧 1주년을 맞는다. 한 부총리의 지난 1년은 8ㆍ31부동산대책을 고리로 전ㆍ후반기로 나눠진다. 우선 전반기. 그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리더십 논란’을 꼽았다. 취임 당시 “색깔 없는 부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물론 그 같은 지적은 본인 스스로 자초했던 측면이 크다. 한 부총리 스스로는‘합리적 리더십’을 내세웠지만 이는 도리어 수석 경제부처로서의 재경부의 역할과 권한을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정책의 추진동력을 현저히 훼손시켰다. 수도권 테마파크 허용 문제가 환경부의 반대에 막혀 수개월째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실례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간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협상에 들어간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정말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리더십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측면에서 그의 전반기 성적은 그런대로 봐줄 만했다. 정책의 모든 초점이 8ㆍ31부동산정책에 맞춰졌고 대책의 실무 담당자들이 훈ㆍ포장을 받은 데서 볼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경제지표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취임 당시인 지난해 1ㆍ4분기 2.7%에서 2ㆍ4분기 3.3%, 3ㆍ4분기 4.5%, 4ㆍ4분기 5.2% 등으로 계속 상승탄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후반기 그의 실적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대책에 이어 양극화 문제를 새로운 정책 어젠다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뜻하지 않는 문서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양극화 해결 재원을 위해 시도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송두리째 뭉개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도 후속대책이 늦어지면서 살얼음판이다. 시장은 이미 8ㆍ31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미 FTA도 경계의 목소리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장의 지적처럼 부총리에게 변화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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