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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고잔도장축도' 550년만에'햇빛'

안견'고잔도장축도' 550년만에'햇빛' 고미술품 수장가 입수공개 '몽유도원도'를 남긴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안견(安堅ㆍ1401 또는 1418~1456 또는 1468)의 숨은 걸작 '고잔도장축도'(古棧道長軸圖)가 550여 년 만에 공개됐다. 고미술품 수장가 이원기(68)씨가 입수해 15일 공개한 이 그림은 당 현종이 안록산의 난(755년)을 만나 험한 산길로 피난가는 모습을 비단(조선 생견) 바탕에 수묵과 채색을 섞어 완성한 작품이다. 그림의 크기는 세로 25.5Cm 가로 219Cm이며 조선 초기 문신 이예(李芮ㆍ1419~1480)와 윤자운(尹子雲ㆍ1416~1478)의 제발(題跋:그림을 보고 칭찬한 글)과 함께 전체 크기 세로 31.5Cm 가로 585Cm의 두루마리로 표구돼 있고, 군청색 비단 표지에 '안견고잔도장축도'라고 쓰여있다. 잔도(棧道)는 사닥다리 길, 곧 험한 산길을 가느라 사다리를 놔서 만든 임시 도로를 가리킨다. 내리닫이 그림을 뜻하는 장축도라 했으나 실제로는 옆으로 긴 두루마리 형태다. 이예는 24행 216자의 행서체 제발(1458년)에서 "뚜렷하게 자신만의 필치가 있다. 구도가 기발하고, 기운은 고아(高雅)의 극치로, 취미가 생동한다"(獨有自家筆致.構圖奇拔, 氣韻高雅之極, 趣味生動)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자운도 예서체의 26행 220자 제발(1457년)에서 "안견의 묘한 그림은 짝을 할 사람이 없다"(安堅妙繪無雙)며 "진실로 해동 예원의 혼을 전한 보배로다.이를 본 것은 평생의 안복"(誠爲海東藝苑之魂寶也.今得觀之, 實乃平生眼福)이라고 극찬했다. 두 사람은 몽유도원도에 제발을 쓴 21명에도 들어있는 인물이다. 문화재위원인 허영환 성신여대 교수는 세종 23년(1441년) 9월 '왕이 당 현종의 피난 고사를 그리게 했다'는 세종실록 권 93의 기록으로 보아 이 그림이 1441년 9월이나 바로 뒤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몽유도원도(1447년)보다 6년 앞선 것이다. 당 현종은 말년에 애첩 양귀비에 빠져 정치를 그르치다 안록산의 난을 당해 중국 서남쪽 촉(蜀ㆍ지금의 쓰촨성) 땅으로 피난갔는데, 세종은 이를 거울 삼아 여색을 멀리 하고 정치를 잘 하라고 경계하는 뜻에서 이 그림을 그리게 했던 것이다. 그림의 보존 상태는 워낙 오래 된 것이라 칠이 벗겨지면서 생긴 세로줄이 흉할 정도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좋은 편이며, 그림이 시작되는 맨 오른쪽 위에 안견의 낙관인 '지곡'(池谷) '안씨득수'(安氏得守) 2과(果)가 찍혀있다. 지곡은 안견의 본관이며, 득수는 안견의 25세 전 초년 이름이다. 고잔도장축도를 자세히 검토한 허 교수는 "안견의 낙관, 세종실록 기록, 이예와 윤자운의 제발로 보아 안견의 진품이 틀림없다"면서 "550여 년 전의 이런 명품을 본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안복(眼福)"이라고 감탄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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