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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사태와 우리경제

“자고로 기업은 튀지 말고 죽어지내야 해”지난 17일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에 이어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전격적으로 소환된 SK에 들렀다 기자가 엿들은 말이다. “검찰이 점령군처럼 사무실을 휘저었다”는 얘기에 직원들은 흥분했지만 “(검찰에 출두하던) 최 회장이 풀 죽어 보이더라”면서 이내 같이 힘이 빠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는 SK경영진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의 주력인 SK텔레콤 고위관계자는 “애써 키워 놓은 브랜드(011) 가치는 번호통합에 무용지물이 되지‥ 최고경영자는 검찰에 불려가 범죄집단 취급을 받고 있지‥ 잠도 안 온다”며 고개를 떨궜다. SK야 그렇다치더라도 다른 기업도 사정은 `오십보 백보`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5년마다 불어 닥치는 칼바람에 SK가 제물이 되긴 했지만 (우리도) 안심할 수 없어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는 “지금은 일할 시기가 아니라 분위기를 파악할 때”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검찰이 형평성(?)을 발휘, 재계에 전면적으로 칼을 휘두를 지 아니면 이쯤에서 거둬들일 지가 요즘 기업들의 유일한 관심사다. 투자흐름 역시 일제히 관망세다. 검찰의 SK수사 직전, 종합주가지수는 26포인트나 오르며 단숨에 6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 반등 전망은 온데 간데 없다. 주가는 4일 연속 옆 걸음질 치다 다시 600이 무너졌다. SK주가는 4일 연속 미끄럼을 탔다. 한편에선 이번 태풍만 지나면 `위기가 기회`로 반전될 수 있다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얘기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북 핵문제와 새 정부 출범이 맞물려 대다수 외국자본은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이를 돌파할 기업의욕 마저 꺾였다”며 시장은 검찰 수사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금 기업의 눈과 귀는 온통 서초동 검찰청사로 옮겨가 있다. 약속이나 한 듯 `투자는 일단 보류하자`란 생각이 회사마다 팽배하다. 과연 이런 상황이 노무현 당선자가 말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인지 궁금하다. 검찰 역시 경제를 염려하고 있고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칼을 쓰기 전에 우리 경제가 어떤 지경에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손철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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