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열기자 법조이야기] 45년 10월 첫 순 우리말 재판 진행

[윤종열기자 법조이야기] 45년 10월 첫 순 우리말 재판 진행

오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과학적인 글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우리말이 일제 36년동안 사용되지 못했다. 물론 법원의 재판 진행도 우리말로 할 수 없었다.

우리말 재판은 8.15해방후에나 가능했다. 그러면 해방후 우리말로 진행된 첫 재판은 무슨 사건이고, 어느 법원에서 진행됐을까. 이에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대구지법이 45년10월 우리말로 재판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최초의 순 우리말 재판이라는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대구지법의 우리말 재판기록은 고(故)고재호(高在鎬)변호사가 쓴「법조반백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高변호사는 당시 자신이 대구지법에 판사로 계철순(桂哲淳)판사가 절도사건을 재판했는데 우리말로 재판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高변호사는 우리말로 처음 재판을 하는 광경을 직접 법정에서 보았다고 한다. 다만 사건의 진행과정 등이 상세히 기록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대구지법 재판보다 한달 뒤에 열린 대법원 재판은 관련기록이 상세히 남아있다. 대법원은 45년11월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왕직(李王職)장관이던 장헌식(張憲植)피고인 사건을 우리말로 진행했다.

재판장은 특별범조사위원회 위원장 이인(李仁)수석대법관이 맡았다. 이 사건의 재판은 서울 서소문동 대법원 청사내 대법정에서 열렸다. 전규홍(全奎弘)검사에 의해 불구속기소된 張피고인은 이날 재판에서 李대법관에 의해 전격 법정구속된다.

張피고인인의 죄명은 횡령. 그는 이왕직 재산 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그러나 일본인 아도차관이 이 돈을 갖고 도망간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 재판은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당시 장안사람들이 해방후 첫 재판을 보기 위해 밀려드는 바람에 법정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 정동과 서소문동일대는 재판을 보기 위한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판사들은 모두 한복고 재판을 진행했다.입력시간 2000/10/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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