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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방지 지름길 ‘옵트인’
입력2003-07-04 00:00:00
수정
2003.07.04 00:00:00
“저 스팸 아닙니다. △△대학교 아무개 교수입니다.”
스팸메일(이하 스팸)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요즘 컴퓨터에는 이런 제목을 단 e메일까지 들어오게 됐다. 열어보면 중요한 업무상 연락이나 안부가 담겨 있는 내용이 분명하다. 스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순수 e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을 붙여놓은 것은 혹시라도 스팸으로 오인해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해버릴까 겁나서이다.
인터넷 문명의 그림자인 스팸이 사이버 공해를 이루면서 스팸으로 인한 사람들의 짜증은 늘어만간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지난 5월 말 현재 한 사람이 하루 평균 39통의 불법 스팸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63.8%(23통)가 음란 스팸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또 해외에서 수신되는 한국어 스팸도 문제이다. 이미 올 5월까지 7만여건의 해외 민원이 신고됐으며 이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인식돼온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많은 직장인들은 출근하자마자 스팸을 지우는 것이 주요 일과가 돼버렸고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의 컴퓨터에 마구잡이로 쌓이는 음란 스팸을 보면서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팸의 폐해가 사회적인 골칫거리로 대두된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방지대책에도 불구하고 스팸이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팸은 2001년 329억통에서 지난해 2,816억통으로 무려 9배나 증가했으며 올들어서도 4월 말까지 1,343억통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팸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13곳 건설비에 해당하는 2조6,451억원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스팸이란 사업자가 광고를 목적으로 수신자의 허가를 얻지 않은 채 발송하는 메일을 말한다. 스팸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스팸을 보내는 사람이 스팸 발송에 대한 유혹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수단 가운데 스팸만큼 비용이 싸게 먹히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자동성을 이용하면 수십만ㆍ수백만통의 스팸도 순식간에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업자가 스팸 100만통을 발송해 그 가운데 1%만 잠재 소비자에게 도달시킨다고 해도 그 광고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그러니 사업자로서는 비록 욕을 먹을지라도 일단 스팸을 살포하겠다고 나선다.
문제는 스팸을 근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줄이냐는 것이다. 논의의 초점은 규제방식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업자가 광고메일을 무제한 발송하더라도 수신자가 수신거부를 하지 않는 한 합법적인 광고메일로 인정하는 `옵트아웃(Opt-out)`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업자로 하여금 상품별 광고 타깃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대상에게 광고를 보내려는 동기를 유발시킨다. `옵트아웃`의 반대는 `옵트인(Opt-in)`이다. 이 방식은 사전에 메일을 받을 의사를 표시한 사람, 즉 신청한 네티즌에게만 메일을 보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EU 프라이버시보호지침에 따라 옵트인을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호주와 캐나다도 옵트인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옵트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클릭 한번이면 순식간에 광고성 메일이 날아갈 텐데 번거롭게, 그리고 무슨 수로 사전동의를 받나”며 이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에서 회원모집을 하듯 광고메일 수신자 그룹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인 광고메일 발송을 위한 회원제의 활성화, 회원확보가 어려운 영세업체의 포털업체와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새로운 e메일 마케팅 질서를 세워나간다면 옵트인으로도 얼마든지 건전한 광고문화를 정착시켜나갈 수 있다.
스팸 문제의 뿌리를 파보면 개인정보의 오ㆍ남용이라는 정보화 역기능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e메일 주소가 개인정보에 포함되느냐 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e메일 주소도 개인정보라고 본다. 따라서 이제는 e메일 주소 수집 및 이용에 있어 e메일 사용자의 사전동의를 거치게 하는 절차가 정착돼야 할 때다.
옵트아웃은 광고메일 송부를 일단 합법으로 간주하는 데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많은 사업자들은 이 방식의 허점을 틈타 마구잡이로 스팸을 남발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을 혼탁하게 만드는가 하면 수집한 메일 주소가 유통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해왔다.
옵트인 채택을 더이상 미룰 까닭이 없다.
<김창곤(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공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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