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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점화되는 카드업계 표절 시비

현대카드가 우리카드의 신상품 ‘가나다’를 두고 ‘복사ㆍ붙여넣기(COPY&PASTE)’라고 비방하고 나서면서 카드업계에 또다시 ‘표절 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삼성카드가 숫자카드를 내놓을 당시 알파벳 카드를 먼저 선보인 현대카드가 내용증명을 삼성에 보내면서 표절 논란이 제기됐었다. 공교롭게도 두번 모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중심에 서 있다.

2일 현대카드는 공식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 출시한 포인트, 할인 등 두 가지로 상품군을 계열화했던 ‘챕터(Chapter) 2’의 선전 사진과, 지난달 31일 선보인 우리카드의 ‘가나다’ 카드 광고 사진을 올려놓으면서 “첨부한 사진에서 우리카드의 참 쉬운(?) COPY&PASTE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또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시간 인력투입,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 9만 마일, 경영진 회의 160번 등 치열했던 1년의 기록(의 산물)”이라며 7개월 만에 등장한 우리카드의 신상품이 졸속이라고 비꼬았다.

현대카드의 표절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삼성카드가 내놓은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 ‘제로(0)’를 표절했다며 이에 대해 내용증명을 삼성 측에 발송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내용증명에서 “삼성카드4는 명백하게 현대카드 제로를 표절하고 있으며 발급을 즉각 중단하는 동시에 더 이상의 재발방지를 요청한다”고 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인식한 듯 “누군가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현대카드의 미션이자, 모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이들’은 우리카드뿐만 삼성카드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해당 글을 인용하면서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전에는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과 대조를 한다”면서 “표절 시비가 나오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을 내리기도 하고 활동을 자제하는데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조차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당사자인 우리카드는 펄쩍 뛰었다. 우리카드의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 챕터2가 그들만의 독자적인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이미 카드업계에서 할인형, 포인트형 상품들이 존재해왔다”고 반박했다. 이미 할인형 카드로 신한러브, 클럽SK카드 등이 있고, 포인트형으로는 삼성빅보너스, 신한 하이포인트, BC TOP포인트 카드 등이 시장이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다.

동종업계 종사자들 역시 현대카드가 과민 반응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인형을 만들 때 팔다리를 두 개씩 만드는데, 다른 모양의 인형을 만들 때 팔 다리를 두 개 만들었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하는 꼴과 같다”고 현대카드의 표절 시비를 폄훼했다.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도 “미국 아멕스카드는 그린, 골드, 실버, 블랙 등 색깔 카드를 앞서 선보였고, 이후 현대카드가 최우량고객(VIP) 대상 색깔 카드를 내놓았는데 숫자카드가 표절이라면 현대카드 또한 표절”이라면서 “숫자, 알파벳, 색깔체계는 표절할 수 없는 대상이고, 썼다 해도 표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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