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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부동산 침체속외형 키우기… 치명적 손실 볼수도

●다시 불붙은 주택대출 경쟁<br>국민은행 최저수준 금리로 지방 공략 나서<br>농협·하나 등 다른 은행도 금리 인하 저울질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다.

농협의 경우 지주사 출범으로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적지 않고 정부 지분 때문에 정책방향에 민감한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의 연착륙 차원에서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를 싸게 가져 간 것이 대출 쏠림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수요가 몰리자 최근 0.2%포인트가량 내렸던 대출금리를 원상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은 일부 은행의 돌출적인 대출 확대라는 관점으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대출에 미온적이었던 은행들이 보폭을 넓힐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택경기가 바닥을 다진 만큼 이제 기지개를 펼 때가 된 게 아니냐는 경기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 금리 경쟁이 과열됐다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 싹이 보이고 있다"며 "금융지주 간 경쟁심리가 팽배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리 경쟁 가시화 조짐=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5조6,3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 이후 대출 순증 규모는 3조9,60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가계 여신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은행의 행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수요가 많은 지방권에서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 국민은행이 금리 경쟁에서 선수를 치고 나오자 금리 인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부산의 대규모 주택단지에서 대출금리를 낮춰 공격적인 세일을 하고 있다"며 "경쟁하는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운 마당에 시장을 교란시킬 정도의 금리 경쟁이 발생할까 걱정"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어 좋지만 은행의 마진 악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외형 확대 경쟁도 대출 유인해=최근 농협금융지주 출범, 외환은행의 하나금융 편입 등은 금융지주 간 경쟁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는 가계대출을 늘려 덩치를 키우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최근 1년3개월여 동안 5조3,900억원이나 늘었고 하나은행과 농협은 국내 은행 중 최초로 장기 저리 고정금리대출인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특판 예ㆍ적금 등을 통해 2조1,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빨아들인 외환은행도 최근 한 달 새 특별 대출 상품을 통해 8,000억원 정도를 소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현 수준의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출 경쟁이 제한적인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해 주택 자금 수요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도 주택 구입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일반 가계대출에 가까운 수요도 많아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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