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을 이끄는 트렌드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게 재테크의 첫 걸음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유용한 재테크 수단은 주식이 첫째고, 둘째가 예ㆍ적금, 셋째가 부동산이 될 것입니다." 장인환(사진) KTB자산운용 사장의 명함에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외에 '펀드매니저'라는 직책이 붙어 있다. 1990년대말 '바이코리아 펀드'로 12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우리나라 펀드 시장을 주물렀던 장 사장. 그는 1999년 KTB자산운용의 설립 이후 10년 동안 회사 사장직을 유지하면서도 "나이가 기울어서가 아닌, 열정이 기울어지지 않는 한 펀드 매니저를 계속 하고 싶다"며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영원한' 펀드 매니저이고픈 장 사장을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났다. 장 사장은 현재 KTB운용의 원자재 관련 사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통화 팽창으로 풀려 있는 돈이 너무 많다"며 "지금은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빠져나가기 위해 통화를 풀고 있지만 결국 이로 인해 경기가 회복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가장 확실한 헤지는 결국 실물 자산, 즉 부동산과 원자재가 될 텐데, 향후 부동산 전망을 감안하면 원자재가 확실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개인 포트폴리오에도 최근 원자재에 대한 비중을 20%까지 늘린 것도 이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내친 김에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주변에 많은 이들이 '부동산은 끝났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라며 "그 동안 고수익성 자산으로 여겨졌던 부동산이 저수익성 자산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의 경우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보유세와 거래세 등 거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현재의 금리 수준으론 이를 이겨내기 힘든 투자 대상이 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사장은 "단 부동산을 매입해 이에 대한 임대료로 현행 금리의 2배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고려할 만 하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주거용 건물이 아닌, 사업용 오피스텔 건물에 개인 자산 중 30%를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의 자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주식이다. 실제로 그는 40% 정도의 자산을 자신의 회사 펀드에 묵혀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10년의 장기 수익률을 감안한다면 가장 유망한 것은 주식이라는 게 너무도 자명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정도인데, 이것은 주식 투자 시 연10%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반면 금리의 경우 몇 년째 3~4% 수준에 머물고 있고, 부동산은 더 낮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해외 쪽으로 주식 투자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는 이제 성장 중심에서 안정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성을 담보하고 있는 해외 리딩 컴퍼니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주식 투자의 단기 변동성 위험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도가 깊은 인물. 그는 바이코리아 펀드 매니저 시절 단기 고수익 펀드인 '스팟펀드'(목표 수익률 달성시 곧바로 상환되는 펀드)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다. 주식의 단기 위험성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이 예ㆍ적금성 자산과 부동산이다. 여기에 그가 주식 투자의 단기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강조한 게 바로 '장기 투자'다. 그는 "스팟 펀드 운용 시절 우리나라는 펀드의 개념이 '단기 고수익'의 수단으로 잘못 인식돼 있었다"면서 "이제 펀드는 장기 적립식으로 활용할 경우 가장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장기 투자 기간은 '2~3년'. 장 사장은 "만약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낮다면 당장 펀드를 옮겨야 한다"며 "투자 기간 동안 매니저 교체가 잦은 펀드 역시 운용 보수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펀드 환매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2000년초 당시 펀드 환매 땐 부동산ㆍ예금이라는 대체 시장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결국 환매한 돈이 계속 증시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펀드 환매가 주식 시장에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결국 그 돈이 증시를 맴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 환매가 오히려 현재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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