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보고서로 업무 효율성 높여 펀드 수익률 조사 라인업 재구성도
오는 27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이전 행장들과는 다른 '작은형 리더십'으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꾀하는 한편 본인만의 장기를 살려 글로벌 진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격의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아이디어를 청취하는 등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간의 경험을 앞세운 글로벌과 자산운용이란 두 바퀴로 신한은행의 전략을 재정비하며 신한의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석달여간 특유의 리더십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갑작스러운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따른 조직의 동요를 빠르게 진정시키며 본인이 구상한 성장 전략을 조금씩 실행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조 행장은 소탈한 리더십 스타일로 직원들과 격 없는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내부에서 혹자는 서진원 전 행장과 경영 방식을 비교하며 서 전 행장이 '큰형' 스타일이라면 조 행장은 '작은형'같이 각기 다른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고 얘기한다. 소통 방식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서 전 행장은 남매 많은 집안의 맏이처럼 속 깊지만 감정 표현을 아끼는 스타일이라면 조 행장은 언제나 방문을 불쑥 열고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 친한 작은형 같다는 설명이다. 한 임원은 "큰형은 보통 터울도 있고 대하기가 조금 어렵다 보니 격식을 차리게 된다면 작은형은 수시로 드나들면서 이것저것 격 없이 얘기하게 되는데 조 행장은 오히려 본인이 권위를 버려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행장은 직원들과 토론도 즐긴다. 빠른 말투로 직원들에게 속사포 같은 질문공세를 던지며 핵심에 근접하도록 독려하는 그의 화법은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소통 방식은 작은형같이 편한 스타일이지만 그의 영업력과 추진력은 공격적이다. 실제 조 행장은 지난 2006년 강남종합금융센터장 시절 전국 영업실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영업력으로도 정평이 난 인물이다. 2년여 간 대표를 맡았던 자산운용사 대표 시절 펀드온라인코리아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40곳이 넘는 출자사 등 일일이 조율해 출범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미래 전략으로 글로벌과 자산운용을 두 축으로 세웠다. 이에는 글로벌 담당 신한은행 부행장과 자산운용사 대표로서 경험과 전문성이 큰 밑거름이 됐다. 초저금리 속에서 돌파구는 해외 진출로 보고 특히 신한은행의 최고 인재들을 이곳으로 파견한다는 것도 그의 계획이다. 그는 해외진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나아가 인도까지 묶는 동남아 벨트를 구상 중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높아 간단한 보고로도 많은 걸 아우른다"면서 "다만 보고형식은 효율적이지만 이후 꼭 피드백까지 진행 사항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로 은행들이 수익성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 대표로서 경험은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신한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행장은 취임 직후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 수익률부터 들여다보고 펀드 라인업 역시 다시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은행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펀드도 많이 담았다는 후문이다. 계열사 지원도 중요하지만 은행 고객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 가치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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