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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진 유럽위기… 자금 단기부동화 심해진다


유럽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증시가 불안해지자 단기 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 위기가 언제 수습될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어려워지자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단기자금으로 투자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48포인트(1.84%) 하락한 1,789.45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3조5,881억원에 그치며 2거래일 연속 3조원 대에 머물렀다.

외국인은 이날 1,967억원을 순매도하며 이달에만 7,19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9,367억원)에 이어 이달에도 강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관 역시 이날 820억원을 순매도하며 2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화학(-2.70%)과 증권(-2.55%), 전기전자(-2.45%), 섬유ㆍ의복(-2.39%), 건설업(-2.25%), 금융업(-2.17%) 등 주요 업종이 2%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삼성전자(-2.43%), 기아차(-2.37%), LG화학(-4.13%), 현대중공업(-3.32%), 신한지주(-4.08%), SK하이닉스(-4.24%)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채권시장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0.06%포인트 하락한 2.82%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이후 12거래일 연속으로 기준금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고채 1년물과 5년물 역시 이날 각각 0.06%포인트, 0.07%포인트 하락한 2.82%, 2.91%를 기록했다.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투자 자금의 단기화 성향도 짙어지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는 19일 기준 잔고가 77조9,644억원으로 이달에만 무려 12조1,808억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투자자예탁금은 16조3,82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 2월 20조원이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조7,000억원 가량의 투자자예탁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악재가 다시 불거지면서 극단적인 안전자산 쏠림과 단기부동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지난 주말 중앙정부에 채무상환 지원을 요청하며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됐고,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인 7.3%까지 치솟으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 등 유로존 위기가 재부각된 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악재를 모두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관망자세로 바뀌면서 국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과 단기부동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유럽 리스크와 기업의 실적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졌다”며 “갈 곳 없는 돈들이 부동화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4ㆍ4분기는 돼야 증시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고 중국 등 주요국가들이 금리 인하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유럽과 중국 등의 정책 효과를 기대하려면 4ㆍ4분기는 돼야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팀장 역시 “국내 증시에서 상승의 전환점을 찾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저가매수를 망설이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모든 악재를 확인한 뒤에 대응하겠다는 성향이 강해 4ㆍ4분기쯤 들어서야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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