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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란 규모는 작지만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이 같은 강소기업의 육성 없이는 정부가 최대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의 실현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이 첨단화학기술의 이전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강소기업 도약을 위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앞으로 모두 6차례에 걸쳐 국내 강소기업 육성의 토대가 된 화학연의 우수 연구 성과와 기술이전 성공사례를 통해 창조적 국가 발전의 미래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전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에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CO2)를 포함해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6개 온실가스는 기후변화협약에 의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CO2에 더해 PFC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서 다량의 PFC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PFC의 환경적 유해성은 CO2를 능가한다. 일례로 가장 대표적 PFC 물질인 CF4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CO2의 5,700배, C2F6는 1만1,900배나 된다.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전환촉매연구그룹의 박용기 박사팀은 이러한 PFC 처리 분야를 선도하는 국내 최강 연구팀의 하나다. 이미 지난 2003년 환경·에너지 전문기업 에코프로와 공동연구를 수행, 반도체 및 LCD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PFC를 분해하는 '촉매식 PFC 처리장치'의 원천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장치의 핵심은 촉매를 사용해 750도 이하의 온도에서 PFC를 분해한다는 것. 기존의 열분해 시스템은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PFC를 분해·연소시켰기 때문에 값비싼 처리비용과 장치 설계의 어려움, 질소산화물 발생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박 박사팀의 기술은 이 모든 부분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촉매의 작용에 의해 한층 낮은 온도에서 구동되는 만큼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다"며 "질소산화물 같은 공해물질 발생 없이 95% 이상의 처리효율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이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장치를 스케일업 할 수 있어 PFC 처리량이 많은 곳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PFC 이외의 가스들에 대한 제거 효율도 뛰어나다는 강점까지 지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에코프로에 정액기술료 5억2,000만원, 경상기술료 2%의 조건으로 이 원천기술의 이전을 완료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2차 촉매 양산기술도 이전했다. 이에 힘입어 에코프로는 현재까지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 3기의 촉매식 PFC 처리장치를 공급하는 등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 3년간 누적매출이 약 200억원에 육박한다.
박 박사는 "국내 PFC 처리 시장은 현재 1,000억원 규모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속한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CO2 포집이나 석유·석탄·천연가스를 융합한 획기적 신소재 원료 등 자원 확보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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