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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기준도 정책도 겉도는 가계부채 출구가 없다

통계에 위험성 숨기고 정부정책 효과는 부풀려<br>부동산거래 활성화 한다지만 결국 빚으로 빚 막을 우려


가계부채 기준도 정책도 겉돈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려 커지는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의 기준과 정책이 겉돌고 있다. 정책을 세우기 위한 뿌리인 가계부채 통계에 이자만 잡히는 등 위험은 감추고 정부의 정책 효과는 부풀리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서 벗어난 기준으로 인해 빚으로 빚을 막는 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29일 "현장의 심각함은 되도록 감추고 정책 효과는 키우는 통계를 내려는 게 정부의 속성"이라고 꼬집었다.

◇매매 활성화 좋지만…결국 빚 늘 수밖에 없는 한계=관계부처가 지난 28일 발표한 전월세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핵심이다. 전세 수요자에게 보증금에 더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주택 구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주택 구입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면서 1%대의 저리자금을 빌려주는 '수익·손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 도입은 궁극적으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정부의 당부'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집값의 30%만 현금으로 갖고 있어도 구입이 가능하게 했다.

정부로서는 매매를 살려야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필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매매가 활성화되면 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를 해소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같은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빚만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는데 그동안 각종 대책이 부채 상승만을 남겼다는 점에서 개운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험 감추고 성과 부풀리는 통계가 문제=대출 위주인 전월세 대책에 우려가 높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는 주로 위험을 축소하는 쪽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대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가계부채 총량 자체부터 엇갈린다. 정부는 주로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조사를 인용한다. 6월 말 현재 980조원으로 1,000조원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3월 말 이미 1,159조원이다.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964조원과 비교하면 195조원이나 차이가 난다. 두 지표의 차이는 비영리법인이나 개인자영업자를 포함하는지에 따라 갈린다.

정부는 가계신용이 더 정확한 통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자영업자가 늘면서 대출도 증가하는 우리나라 상황상 자금순환기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계부채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나타내는 채무상환비율(DSRㆍ처분 가능한 소득에 대한 부채의 비율) 역시 위험을 축소해 드러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보면 DSR 비중이 40%가 넘는 과다채무가구가 전체 대출가구의 14%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출가구의 34%를 차지하는 만기일시상환대출이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일정 기간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이 많은데 이자만 상환 중인 경우 DSR에는 원금이 아닌 이자만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는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미국 등 외국보다 위험한 대출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미국과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미국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5년 만에 조사한 사금융 이용 실태 역시 응답률이 적어 이를 기반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가 52%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지만 정작 5,000여명의 조사 대상자 중 미등록 대부업을 이용했다는 응답자는 13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정책 효과는 통계로 포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행복기금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345만명의 채무자의 빚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시행했던 채무경감대책의 경우 대상자의 약 10%만 신청했다는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지난달 말 까지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는 처음 말한 대상자의 3.5%인 12만여명이다.

2016년까지 전체 대출상품에서 고정금리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오류가 있다. 30% 안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합친 혼합금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변하는 코픽스(COFIX)에 연동한 금리를 정부는 고정금리로 분류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순수한 고정금리만 놓고 본다면 전체 대출의 약 5%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분류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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