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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명절 즐거운 귀성(사설)
입력1997-09-14 00:00:00
수정
1997.09.14 00:00:00
추석(16일) 연휴를 맞아 3천만의 대 이동이 시작됐다. 연인원으로 따져 3천만이지만 한국사람 가운데 거의 절반은 움직인다. 민족의 대 이동인 셈이다.추석은 중추가절, 결실의 계절 한가운데 있다. 한해의 풍년을 기쁜 마음으로 맞으면서 조상의 은덕에 감사드리는 우리민족의 명절이다. 그래서 추석절과 풍년가는 항상 함께 한다.
그러나 올 추석 분위기는 예년같지 않다. 도시 농촌 할 것없이 온통 우울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황의 장기화에 겹쳐 대기업들의 부도도미노는 금융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또 기업들마다 구조조정을 내세워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실업자를 양산해 냈다. 하반기 취업문도 바늘구멍이다. 도무지 바라 볼 구석이라곤 없다. 직장에 붙어있는 근로자들 가운데는 추석 상여금은 물론이려니와 월급도 몇개월째 못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올 작황이 예년에 없었던 풍작이라는 점이다.
○민족 대이동 3천만이나
명절하면 아무래도 재래시장이다. 며칠전 TV에서는 추석을 앞둔 재래시장의 표정을 방영했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차례나 추석빔을 장만하려는 주부들로 혼잡했을 시장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점포마다 물건을 가득 쌓아 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상인들은 『나오는건 한숨뿐』이라고 우울한 표정이다. 올 추석경기의 있는 모습 그대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른나라도 함께 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다른나라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만 허덕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도대체 누가 나라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는가. 누구 한 사람만의 책임도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책임이 있다. 다만 경중이 문제일 따름이다. 정부 정책의 잘못일 수도 있다. 기업이 혼자만 돈을 벌겠다고 규모의 경제를 무시, 과도한 투자·문어발식 경영 등을 한 것이 문제일 수 있다. 근로자들은 생산성에서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임금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라고 요구, 경쟁력을 약화 시켰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노사가 합심, 다같이 대외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경기실종 시장마다 한숨
지금 세계 각국은 시장구조를 개혁하지않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우리는 그 동안 고도성장의 타성에 젖어 많은 분야에서 자유시장원리를 거부하고 경직적인 투자활동을 해왔다. 산업구조가 왜곡되어 온 것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어려움을 초래했다.
○따뜻이 맞아줄 고향인심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초한 어려움이니 극복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미국은 지난 80년대 일본에 밀리자 힘을 합쳐 구조개선을 통해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회복했다. 일본은 90년대에 접어들어 거품이 제거되면서 불황에 허덕여 왔다. 그러나 발빠른 금융개혁과 함께 구조개선으로 경쟁력을 되찾았다.
지금이라도 시장구조를 개선, 세계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노동시장은 노동력의 수급을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기반을 확실하게 조성해야 한다. 금융시장도 모든 기업을 신용에 따라 효율적으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구조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당국은 전환기경제에 정부입장만 고려할 일이 아니다. 책임있는 자세로 일관성있게 정책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쪽이 더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자유경쟁에 대비, 기술혁신과 경영구조개선을 소홀히 했다. 경제력 집중을 위해 규모의 확장에만 치중, 과도한 투자 를 서슴치 않았다.
정부는 문민정부 출범후 신산업 정책을 내세워 업종전문화를 통해 시장구조를 개선할 뜻을 보이는가 했다. 도중에 이를 백지화 해 기업간의 외형경쟁을 가속화시키고 독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추석연휴기간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형편이 어렵다지만 그래도 고향가는 길은 즐겁다. 교통체증으로 고생길, 짜증나는 길이지만 고향에는 맞아 줄 가족들, 정겨운 이웃들이 있다. 그곳에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가족간, 이웃간의 훈훈함이 있다. 그래서 추석은 우리의 조상들이 후손에게 물려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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