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부터 앞장서야 한다. 인력을 줄이고 국책 과제만 챙기도록 하겠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6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의 모범사례를 청와대로 들었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청와대는 외형적으로 현행 조직에 비해 눈에 띄게 작아진다. ‘4실장(장관급) 8수석(차관급)’ 체제가 ‘1실 7수석’ 체제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인력도 533명에서 427명으로 20% 가까이 감소한다. 이 같은 조직축소로 3실 중 비서실장만 남고 정책실장과 안보실장ㆍ경호실장은 폐지된다. 유일하게 남는 비서실도 ‘대통령 비서실’에서 ‘대통령실’로 이름이 바뀐다. 박재완 정부혁신ㆍ규제개혁TF팀장은 “그동안 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의 기능이 중첩되고 각종 위원회가 난립하다 보니 의사결정체계만 복잡했다”며 “이렇다 보니 (비서실이) 일상적인 국정에까지 관여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고 밝혔다. 10수석 체제가 7수석으로 바뀌면서 홍보수석과 인사수석이 없어진다. 특히 인사수석은 그동안 각 부처는 물론 산하기관과 공기업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많은 폐해를 낳았다는 게 인수위의 시각이다. 박 팀장은 “인사수석을 없앤 것은 각 부처와 산하기관의 고유한 인사권을 돌려줘 장악력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밝혀 새 정부에서는 장관의 인사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 부처의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는 공모직 등이 늘어나면서 장관의 인사권이 10명 중 3명 정도밖에 안 됐다”며 “인사수석이 없어지면서 장관의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직의 슬림화와 반대로 오히려 비서실의 기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추구하는 ‘작지만 강한 조직’의 결정체인 셈이다. 즉 비서설은 각 부처의 개별적인 정책 실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이해가 상충하는 각 부처 간 교통정리 업무를 맡고 중장기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명실상부한 국정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4개 실 중 유일하게 남게 되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에 이은 청와대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 신설되는 ‘국정기획수석’도 주목된다. 기존 정책실장과 혁신관리수석 기능을 합친 것으로 미래전략과 국정방향 설정, 국책과제 추진 상황을 관리 담당한다. 새 청와대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 역할을 국정기획수석이 맡게 되는 셈이다. 당ㆍ정협의 및 대야 관계 등을 맡을 정무수석과 인재과학문화수석도 신설된다. 한편 참여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진 청와대 직속 12개 위원회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각 부처로 이관되고 이 자리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대체하게 된다. 특히 참여정부의 위원회들이 대부분 과거사 문제에 집중된 반면 새로운 청와대 위원회는 ‘경제’ 문제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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